12일 가전업계에선 ‘마니아’ 가전을 공략해 특정 수요에 집중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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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에 이어 신발까지 섬세하게 관리하는 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는 제품이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신발을 수집하고 정성스레 관리하는 ‘마니아’ 층을 정조준했다. 명품 운동화를 비롯해 한정판 등 구하기 어려운 신발을 수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신발을 소중히 관리하고 또 전시하려는 수요도 커졌다. 이를 저격해 신발 전용 관리기까지 등장하게 된 셈이다.
실제 특정 브랜드 신발을 모으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신발 관리기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신발 마니아가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슈드레서 사용해 보신 분?”, “슈드레서 어떤가요?”라며 후기를 공유하는 이들이 속속 보였다. 비에 젖은 ‘범고래(나이키 덩크로우 블랙)’ 제품을 말리는 방법을 묻는 글에 신발관리기 ‘젖은 신발 말리기’ 모드를 추천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LG전자 제품 출시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얼마나 할까요?”라며 가격을 점치는 글도 올라왔다.
게이머들을 위한 게이밍 스크린 라인업 역시 확대하고 있다. 삼성·LG전자는 프리미엄 게이밍 스크린을 최근 속속 내놓으며 게이밍족 수요 잡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55형·4K 해상도에 최고 사양 성능을 탑재한 ‘오디세이 아크’를 선보였고, LG전자는 구부렸다 펼 수 있는 게이밍용 올레드 스크린 ‘플렉스’를 내놨다. 각각 프리미엄 게이밍 스크린으로 게이머 수요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간 TV에 집중하던 가전·디스플레이 업계가 게이머를 공략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LG 등 국내 가전기업에서 이렇게까지 게이밍 스크린에 대한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전업계가 특정 소비자를 중심으로 소구하는 신(新)가전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놓고 업계가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변화에 나섰단 분석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유지되는 만큼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하고,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도 실험해볼 수 있어 긍정적이다.
최근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대형 가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신기능 소형 가전으로 불황을 타개하겠단 의도도 숨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비싸고 부피가 큰 대형 가전 수요가 줄고 있는 반면 매니아 중심 수요는 이와 크게 연관되지 않는 듯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