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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인 조성진은 4일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바흐와 헨델 모두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지만, 지적이고 복잡한 바흐보다 가슴에서 나온 것 같은 멜로딕한 헨델이 더 쉽게 다가왔다”며 “녹음을 위해 가장 많이 연습한 앨범으로 지난해 2월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7~8시간씩 연습했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에게 바로크 음악 연주는 일종의 도전이다. 바로크 시대는 피아노 등장 이전으로 건반 악기 하프시코드를 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조성진은 “헨델이 지금 시대에 돌아와서 현대 피아노로 연주한 이 곡을 들으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바로크 음악은 다른 시대보다 연주자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앨범 또한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해석으로 연주했다”고 말했다.
조성진이 바로크 음악으로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피아노 레퍼토리를 관객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조성진은 “음악하는 사람은 알지만 일반 대중에겐 유명하지 않은 곡을 자주 찾게 된다”며 “피아노는 그만큼 레퍼토리도 무궁무진하지만, 투어와 연주 때문에 집에서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아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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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해 2월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의 공연에 ‘대타’로 투입되기도 했다. 당초 협연자였던 피아니스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지면서 출연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빈필과의 첫 협연이 우연처럼 성사된 순간이었다. 조성진은 “너무 긴장해서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지휘자와 포옹하던 때는 최근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K클래식’ 열풍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조성진은 “외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한국 연주자들이 음악을 잘 하는 비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원래 잘 한다’고 답했다”며 “유럽 사람이 한국에 와서 국악을 하면 어색한 것처럼 한국 사람이 유럽에서 클래식을 하는 게 어색한 것이 당연하고, 그만큼 유럽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연주자들의 콩쿠르 도전에 대해선 “저 역시 콩쿠르를 싫어하지만, 콩쿠르가 인지도를 쌓고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한 쉬운 방법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곧 30대가 되지만 심정적인 변화는 없다고 했다. 조성진은 “가수 김광석을 좋아해서 ‘서른 즈음에’처럼 ‘30’이라는 숫자가 무겁게 다가왔는데, 막상 지금은 몇 달 전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에 대한 질문엔 “잘 모르겠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예전엔 커리어를 위해 유명한 악단 등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유명하지 않더라도 음악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잘 맞는 사람과 연주하는 게 더 중요해요. 인기가 떨어질까봐 고민이냐고요? 저는 아직도 더 올라가야 하고, 어떻게 하면 올라갈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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