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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사회활동 재개,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및 이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약화 등으로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대한 장기 성장 잠재력을 재평가하고 있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기술주의 부진에 대해 단순한 약세장을 넘어선 FAANG의 시대가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FAANG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크게 하락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올해 66% 폭락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다음으로는 아마존(-48%), 넷플릭스(-47%),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36%) 등의 순이었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2조 3000억달러)의 애플(-22%)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던 ‘막대한’ 성장률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적어도 올해엔 대형 기술주의 가장 큰 특징인 ‘우수한’ 매출 성장세가 사라졌다”면서 대형 기술주들의 매출 성장이 올해 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성장률 전망치인 1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미 주식시장이 약세장을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FAANG이 다시 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크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빅테크 기업들이 내년과 2024년에 S&P500 지수보다는 더 빠른 매출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면서도, 그 차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 어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닐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덩치가 너무 커져버린 탓에 과거처럼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이제 어렵다”며 “(올해) 잘 버티긴 했지만, 앞으로도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야누스 핸드슨 인베스터스의 리처드 클로드 포티폴리오 매니저 역시 “FAANG이 다음 기술주 강세 사이클을 이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FAANG으로 기업들이 묶인 이래 투자 비중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이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과거에도 시장을 주도했다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사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주도했던 시스코와 인텔 등 일부 대형 기술주들은 나스닥100지수가 2000년대 고점을 회복했음에도 당시 주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