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의 욕망”vs"국보위 출신 수장"…야권 내 '야당심판론'

정다슬 기자I 2016.03.27 17:51:01

서로 "내가 호남의 적자" 자처…두 야당간 갈등 깊어져
정장선 "민심 혼재, 어느 당이 수권정당인지에 따라 판가름"
천정배 "호남민심 한 곳으로 몰릴 것…28석 석권도 가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27일 오후 광주시청 문화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예배에서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고준혁 유태환 기자] 4·13총선 최대 야권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호남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호남 민심을 차지하려는 싸움이 격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비난은 원색적인 수준으로 치달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이 어느 한 특정인의 욕망에 편승해 새로운 당을 만들고 유권자들을 현혹하면서 야당 분열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광주·전라남도 유권자가 호남정치 분열에 나서야 하나, 왜 광주·전남 유권자가 왜 정권창출 방해하는 역할을 해야겠냐”며 “광주·전남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절대로 야당이 분열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어느 한 특정인’이라고 언급하며 야권분열의 책임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있다고 밝히자 국민의당은 즉시 반격에 나섰다.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서울시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며 “욕망으로 따지면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5번이나 할 김 대표를 따라잡을 분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18 학살 주역인 전두환정권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김 대표가 광주정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

이날 광주시청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보위 출신의 수장이 지휘하는 당이 돼서 민주세력, 개혁세력이라는 정통성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것이 더민주”라며 “정치수준이 높은 광주와 호남주민께서 더민주에 대해서는 아주 신랄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는 호남 성적표에 따라 향후 야권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27일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이용섭 더민주 전 의원이 나선 광주 광산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국민의당이 우세하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호남민심이 굉장히 혼재돼 있다”며 “결국 호남의 유권자께서 어느 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박근혜정권하고 싸울 수 있을지를 궁극적으로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광주를 비롯해 호남의 민심은 사실 한 군데로 모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당이 호남 28석을 전부 석권하는 것도 결코 허황된 목표는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만 20석 이상, 총 40석 이상 의석을 목표치로 내세운 상태다.

문제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은 야권 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더민주 후보는 “여기는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무소속까지 나왔다”며 “힘을 합쳐도 모자란 상황인데 서로 비판만 하는 것을 보면 사실상 단일화 기대는 어려운 상황. 끔찍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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