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플라스틱' 생분해성 소재 개발·양산 봇물
포장재 사용 증가 등 다운스트림 수익성 강화 포석
LG화학·SKC·SK케미칼·롯데케미칼·삼양그룹 등 경쟁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재활용 비닐, 빨대, 페트병, 포장재, 섬유…” 국내 화학업계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 확대 움직임과 맞물린 폭발적인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성 소재 개발과 관련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여기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펜데믹으로 온라인 판매와 배달음식 증가 등으로 포장재 수요가 급증하자 다운스트림(최종 소비자에게 제품 공급) 중심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화학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생분해성 소재 시장은 지난해 4조2000억원에서 2025년 9조7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LG화학(051910)은 최근 단일 소재로는 PP(폴리프로필렌)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성질을 구현하는 100% 생분해성 신소재를 개발한데 이어 세계 최대 바이오 디젤 기업 핀란드 네스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석유가 아닌 바이오 원료로 플라스틱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LG화학은 신소재의 경우 2022년 고객사 시제품 평가 등을 거쳐 2025년 양산할 계획이다.
| ▲LG화학의 생분해성 신소재(오른쪽) 및 시제품. (사진=LG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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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계열사인
SKC(011790)와
SK케미칼(285130)이 친환경 소재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상용화한 SKC의 생분해 플라스틱 PLA(Polylactic acid) 필름은 신선식품의 포장재뿐 아니라 종이쇼핑백, 음료병 라벨, 의류용 포장 비닐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PLA 필름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땅에 묻으면 단기간에 생분해되고 유해성분이 남지 않아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SKC는 이달 초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PLA 필름은 연간 13~15% 정도 성장했는데 코로나19이후 친환경 플라스틱이 부각되면서 더욱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 ▲SK케미칼이 개발한 코폴리에스터 ‘스카이그린’과 재생 플라스틱을 혼합해 만든 화장품 용기 ‘에코트리아’. SK케미칼은 현재 코폴리에스터 증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SK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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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은 고투명 소재인 코폴리에스터와 리사이클 페트(PCR-PET)를 혼합해 화장품 용기용 소재인 에코트리아(ECOTRIA)를 출시하며 자원 순환을 위한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폴리에스터 증설을 위해 990억원을 추가 투입키로 하고 내년 6월 말 완료할 계획이다. 코폴리에스터는 주로 화장품 용기, 텀블러,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에 사용된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소재에 ‘스카이그린’(PETG)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카이그린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시장 공급량이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케미칼(011170) 역시 최근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한 재생 폴리프로필렌(PCR-PP) 소재 개발에 성공하고 현재 화장품 용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화장품과 식품 용기에 적용할 수 있는 이 소재는 국내외 화장품 업계의 친환경 포장재 사용확대 정책과 맞물려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부터 생산 중인 바이오 페트(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이오 페트는 기존 석유계 페트 공정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약 20% 줄여 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100%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하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 바이오 PET 내수 판매량은 1487톤을 기록할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009830)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와 PBAT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에틸렌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결합시켜 미생물로 함께 분해될 수 있는 복합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 ▲삼양그룹의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이소소르비드. (사진=삼양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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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 원료 사업에 본격 진출한 삼양그룹의 행보도 매섭다. 삼양그룹이 2014년 상용화에 성공한 바이오플라스틱 원료 물질인 이소소르비드(isosorbide)는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드는 바이오 소재로 플라스틱·도료·접착제 등의 다양한 용도에 기존 화학 물질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작년 7월 전라북도·군산시와 투자 협약을 체결한 삼양그룹은 화학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을 통해 710억원을 투자해 군산자유무역지역 내의 2만9000㎡ 부지에 2021년 하반기를 목표로 연산 약 1만 톤 규모의 ISB 생산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 ▲CJ제일제당의 친환경 소재인 PHA를 활용해 만든 플라스틱 제품들. (사진=CJ제일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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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097950)도 본연의 비즈니스를 넘어 식물 등 생물자원을 원료로 하는 친환경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이를 위해 내년 중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 hydroxyl alkanoate)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연간 5000t을 생산할 계획이다. PHA는 토양과 해양 등 모든 환경에서 분해되는 특성이 있으며 100%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기술은 CJ제일제당을 포함해 세계 극소수 기업만 보유하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도 다양한 생분해성 신소재 플라스틱 개발과 양산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간 경쟁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