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이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20대 나이에 세계적인 악단 3곳을 이끌게 된 이유는 지휘자로서 확고한 신념에 있었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지휘자로서 중요한 것은 준비된 모습”이라며 “리허설에서부터 제가 (악단)에 보여주는 모든 해석과 움직임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제가 원하는 지점을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원래대로라면 매켈레는 2020년 오슬로 필하모닉, 2021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어야 했다. 그러나 두 공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메켈레 또한 이 내용을 언급하며 “곧 있을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배가됐다”고 전했다.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에 대한 설렘이 담긴 답변이었다.
핀란드 출신의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이자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클래식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지휘계의 신성(新星)이다. 2027년부터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새 상임 지휘자로 선임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메켈레에 앞서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마리아 얀손스가 오슬로 필하모닉과 RCO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한 바 있어 새로운 거장 지휘자의 탄생에 관심이 쏠린다.
메켈레가 지휘자를 꿈꾼 것은 7세부터였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오페라 ‘카르멘’에 합창단으로 참여하면서였다. 그는 “당시 나의 눈에는 지휘자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매우 어렸지만 그때부터 지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2세에는 전설적인 지휘자 요르마 파눌라에게서 지휘를 배울 “행운”이 찾아왔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을 “강한 오케스트라”(Strong Orchestra)라고 치켜세웠다. “악기 종류에 관계 없이 모두 깊고 강한 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마리스 얀손스가 20년 넘게 악단을 이끌며 쌓아온 디테일한 접근 방식이 오슬로 필하모닉에 아직 남아 있다”며 “직접 연주를 보면 오슬로 필하모닉만의 풍부하고 깊은 사운드를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곡으로 프로그램을 꾸린다. 시벨리우스는 악단 창단 초기 오슬로 필하모닉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투오넬라의 백조’를 시작으로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이 협연자로 함께 한다. 메켈레는 “시벨리우스는 오슬로 필하모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라며 “시벨리우스의 로맨틱한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한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