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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두드러졌다. 연설회장 앞에 설치된 이 후보 천막 밑에는 사람들이 몰려 밖에도 줄을 서 있는 반면, 박 후보 천막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이재명 지지자`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당원들이 연설회장 앞을 가득 채우고 정청래·장경태·서영교·박찬대 최고위원 후보 선거운동을 했다.
문제는 이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 될수록 당원들의 관심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로 집계됐다. 3분의 2 가량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민주당 지지기반인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었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이번 전당대회에도 ‘무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일 전북 합동 연설회 현장에 참석한 한 대의원은 “호남은 결과가 뻔할수록 더 투표를 안 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연신 이 후보의 이름을 외친 한 60대 남성은 “투표율만 높으면 (전당대회가) 민주당 축제처럼 보일텐데 투표율이 낮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는 이 후보가 당선될 게 확실하지만 최고위원은 (순위가) 왔다갔다 해야 재밌지 않나”라고 했다.
`어대명` 구도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만이 투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후보의 지지자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이미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됐다`는 식으로 몰아가니 투표할 마음이 안 든다”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데 나도 쓸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패배를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이 실망스럽다”며 “국민의힘도 몸부림쳐서 변화했는데 민주당은 변화하려는 의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강진에서 열린 전남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당 밖에서 `한쪽 계파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싹 독식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민주당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질책했다. 그는 이어 `친명계 지도부` 구성에 대해 “최고위원은 당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해 당내 견제와 균형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결코 사적 이익이나 특정 계파를 위해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저조한 투표율과 이 후보의 압승이 현실화 할 경우 당내 갈등은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다름을 인정하는 걸 넘어서 역할 분담을 통해 더 많은 영역에서 국민의 지지를 모으겠다”고 말했지만, `공천학살` 등 당내 갈등이 부각되며 계파 간 통합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7일에는 경기·서울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다. 28일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이 자리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선출된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여론조사 5%, 국민 여론조사 25%를 더해 최종 당선자를 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