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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연구에 국비 지원 못한다는 재정당국…"과학국방 외면"

임애신 기자I 2021.11.21 16:04:11

독도연구 10억원 예산 요구 정부안에 미반영
국가 차원 연구인데도 "지방비로 충당하라"
"국방 강화와 더불어 해양연구도 독도 수호 방법"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독도 연구에 국비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작한 사업이므로 지방비로 충당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하지만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국내 유일의 현장 연구기관인 데다 연구가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차원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2022년 한도외 예산으로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연구 교육 인프라 활성화 국비 10억원을 기재부에 요구했지만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고유 영토라고 우기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우리 정부 외침이 무색하다. 독도의 생태계 연구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 영토주권의 수호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용선 생겼지만 운영 난항…연구 활성화 ‘발목’

해수부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의 연구 지원과 방문자 센터 운영을 위해 이번에 기재부에 10억원의 국비 예산을 신청했다.

독도사랑운동본부 기업회원들로 구성된 독도사랑 경량 비행기 항공단이 독도의 날을 맞아 지난 10월 31일 독도를 무착륙 단독비행 했다. (사진=사단법인 독도사랑운동본부)


내년에 해수부 지원으로 45톤급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연안 연구선이 취항한다. 지금까지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연구원들은 현장 조사를 위해 5톤 안팎의 낚싯배와 어선 등을 빌려 연구해왔다. 전용 연구선으로 연구원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체계적 연구 기반이 확립됐다. 독도·울릉도 연안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를 집중 조사하고, 독도 육상 생태계 연구·조사 활동, 독도 해역 해양포유류 출현 모니터링, 해양폐기물 수거 작업 지원 등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해수부 요청으로 울릉도 해양보호구역 방문자 센터가 내년 중 개관한다. 국민이 단순하게 독도를 방문하는 것에서 나아가 해양 교육과 전시실을 활용해 해설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게 독도 해양영토 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입장에서는 일이 늘었지만 예산은 제자리이고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정부 들어 비정규직 채용 금지 지침으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 울릉도에서 평생 상주하며 연구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2~3년 독도 연구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 관련 기관으로 이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뽑지 못하게 되면서 3개월 이용만 가능해졌다. 3개월마다 사람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인력 총 17명 중 시설관리 등을 제외한 연구 인력은 7명이 전부다. 7명 중 2명은 일용직이다. 기지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 잣대를 연구기관에 적용하다 보니 연구 보조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 연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정규직이지만 평생 울릉도에서 살아야 하는 경우처럼 기관과 지역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연구” vs “지자체가 책임져야”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울릉도에 위치한 유일한 현장 밀착형 독도 자연과학 연구기관이다.

기지가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100여 차례 걸쳐 독도 현장 조사해왔다. 그 결과, 독도 아열대화에 따른 신종 해양생물 보고, 이상 고파에 따른 독도 해안선 변동 정밀 모니터링, 독도 바다사자 유전자 정보 확보, 독도 수온 변동 모니터링의 성과를 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생기기 전에는 독도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며 “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전경. 울릉도·독도 해양연구의 메카인 이 기지는 2014년 1월에 문을 연 뒤 현재 총 17명이 상주하고 있다.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경상북도의 제안으로 설립·운영을 시작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국비 지원 없이 경상북도 7억원, 울릉군 3억원 등 지방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여건 등으로 독도 연구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자 지난 2012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1년간 지원한 후 국비로 지원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국가 차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서다.

2016년에는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독도 지속가능위원회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운영 사업을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기본계획(2016~2020)에 포함했다.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제9조’는 국가가 독도와 관련된 연구·조사·홍보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에 국비를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에 기지가 국가 차원에서 설립된 게 아니고 경상북도의 대책 사업으로 시작됐으므로 지방비로 끝까지 책임지는 게 맞다는 것이 논리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한 번 국비를 지원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전에 없던 신규 예산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내년에는 코로나19로 확장 재정정책을 폈다가 복지 예산 등을 제외하고 긴축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라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은 “경찰이 국방 차원에서 독도를 수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통해 독도를 과학으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인력과 예산을 보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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