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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에 반등하던 미 제조업…킹달러에 ‘휘청’

장영은 기자I 2022.10.10 15:16:21

코로나19 사태 이후 美 제조업 강화 움직임
증산 나서던 기업들 달러 강세에 직격타
수요 감소하는데 가격 경쟁력 약화…환차손까지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역대급 달러 강세가 반등에 나선 미국 제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국제 무역에서 미국 생산품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데다 해외 수입을 달러화로 바꿀 때 환차손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미 제조업체들이 수요 감소와 환차손에 직면하게 됐다. (사진= AFP)


◇달러 강세로 美 제품 비싸져…“유럽 경쟁사 20% 할인하는 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미 달러화의 강세가 자국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엔·파운드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 상승이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가 외국 제품을 더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도록 하지만, 외국 구매자들에게는 미국 제품을 더 비싸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한 산업·의료용 철제 바구니 제조업체 대표는 “유럽 경쟁업체들이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 발목이 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로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해외 경쟁사들의 가격은 10~20% 세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 매출의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들은 유럽의 경기 둔화와 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요 감소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증산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WSJ은 짚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등의 자국 공급망 강화에 힘을 쏟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치중돼 있던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항만까지 폐쇄되면서 주요 부품 조달이 막히고 운송비용 역시 치솟는 상황을 겪으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사진= AFP)


◇환차손도 기업 실적에 직격타…美 기업 투자 축소 우려도

강달러가 미 기업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요 감소뿐 아니라 환차손도 있다. 해외에서 같은 수익을 올려도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수익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미 가전업체 월풀의 2분기 유럽·중동·아프리카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했다. 이 중 9%포인트가 환차손에 따른 것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유럽과 중동에서 나오는 농기구 제조업체 애그코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감소했는데, 강달러로 인한 환차손 탓에 매출의 8.5%가 사라졌다. 디젤 엔진 제조업체 커민스는 달러 강세로 올해 매출이 2~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체인 RBC 캐피털 마켓은 환차손으로 미 대표 제조업체인 3M의 3분기 매출이 5.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냉난방기기 제조업체 캐리어와 전자제품 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은 각각 환율 변동으로 3.4%, 2%씩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산업계에서는 달러 강세로 제조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들면서 국내 사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기업들의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지원하는 비영리 로비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 대표도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리쇼어링과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신규 일자리 34만8493개가 창출 될으로 전망했다. 이 단체가 201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이같은 고용 창출 효과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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