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헝다는 전날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최대 주주인 쉬 회장이 지난 6∼9일 나흘동안 회사 주식 모두 2억7780만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쉬 회장이 보유한 헝다 지분은 61.88%에서 59.78%로 줄었다.
매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헝다 주식의 평균 거래가에 근거해 계산하면 4억9800만홍콩달러(약 754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앞서 쉬 회장은 지난달 26일 회사 주식 12억주를 매각한 바 있다. 쉬 회장이 자사 주식을 매각한 것은 2009년 홍콩 증시 상장 이후 처음이었다. 쉬 회장의 지분은 70%를 넘어섰으나 최근 들어 계속해서 비중을 줄이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2017년 자산 420억달러(약 49조원)로 중국 제2의 부자로 등극했던 쉬 회장이 이제는 개인 재산 처분을 포함해 헝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헝다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지난 9일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하면서 디폴트를 공식화했다. 제한적 디폴트란 채권 발행자가 채무를 불이행했지만 파산 신청 같은 회수 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해당 회사가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헝다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2조위안(364조원)에 달한다.
앞서 헝다는 지난 3일 밤 공시를 통해 채무 상황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곧바로 광둥성 정부는 쉬자인 헝다 회장을 소환했고, “헝다그룹의 요청에 응해 실무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헝다는 지난 6일 국유기업,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리스크해소위원회가 출범했다고 공개했다. 당국 주도의 채무 구조조정 절차가 개시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헝다 디폴트가 주택 소유자와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주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더 넓은 위험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부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냉정하게 행동하려고 하고 있지만, 헝다의 하강 곡선을 둘러싼 상황은 빠르게 냉각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임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서인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는 약 1조2000억위안(약 222조54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이 풀릴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는 헝다에 대한 구제금융을 실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직접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는 와중에 헝다발 위기가 촉발된 만큼 금융지원을 한다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 당국은 “헝다의 부실한 경영과 맹목적인 확장”이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위기를 회사 경영진 탓으로 돌리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부동산 회사는 본업에 충실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헝다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글로벌 채권 보유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고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건설 노동자, 공급업자, 소액 투자자들과 함께 미완성 아파트를 구입한 수천 명의 중국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는 시장의 파급력을 줄이기 위해 직접 지원하는 대신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디폴트를 하더라도 정부가 움직여 헝다가 자산을 매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지난 9일 한 포럼에서 “헝다 위험 문제는 시장 사건으로서 시장화, 법치화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헝다 사태에 개입하더라도 시장 원리에 따라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얍 준 룽 IG 그룹의 시장전략가는 “이는 구제금융을 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입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