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신고하자 '해고'…가해자 징계없이 무마 25%

김소연 기자I 2019.06.20 09:32:37

고용부,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 센터 운영…'하루 2건꼴'
직장 내 성희롱 1년새 717건 신고
"익명신고 후 고용부 행정지도·사업장 근로감독 실시"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성희롱에 불쾌감을 느낀 A씨가 신고하자 사업주는 도리어 회사 이미지를 실추했다며 피해자를 해고했다. 이는 고용평등법 14조를 위반한 것으로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노동자나 피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사업주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20일 고용부는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 센터를 운영한 결과 71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3월부터 고용부 홈페이지에서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 센터를 운영했다. 월 평균 60건, 하루 평균 2건꼴로 꾸준히 신고가 접수됐다.

자료=고용노동부
고용부는 현재까지 △행정지도 305건 △과태료 부과 25건 △기소 송치 1건 △취하종결 274건 △조사중 112건이다.

성희롱 유형으로는 머리카락과 손이나 어깨·엉덩이 등을 만지는 신체접촉부터 추행까지 포함한 경우가 48.5%로 가장 높았다.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로 피해자에게 불쾌감·굴욕감을 준 경우가 42%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신체 접촉과 성적 농담, 음담패설 등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조자됐다. 사업장에서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 없이 사건을 무마한 경우가 24.8%로 가장 높았다. 성희롱에 비해 경미한 징계나 구두경고 등 불합리하게 조치했다고 신고자가 평가한 경우가 7.4%였다. 가해자를 징계한 경우는 8.8%에 불과했다.

실제로 고용부에 신고된 내용 중에는 피해자 B씨가 음란 내용 메시지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받게 돼 사업장을 신고하고 가해자와 분리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사업주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이에 고용부는 사업장 실태 조사를 통해 근무장소 변경 미조치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성희롱 사건이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을 보면 불쾌감·굴욕감·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느낀 경우가 4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직서 제출이 20.5%, 해고가 6.6%로 나타났다. 정신적 고통이 심각해 청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부는 가해자와 분리 조치 미실행, 가해자 옹호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례를 파악해 사업장 실태조사와 동시에 가해자 징계 조치를 실시하도록 했다.

아르바이트생인 C씨는 상사가 ‘오빠’라는 호칭을 쓰도록 강요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만남을 요구하며 신체 접촉까지 하자 회사에 신고했다. 그러나 회사는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결국 C씨는 퇴사했다. 고용부는 사건 조사를 거쳐 가해자 징계를 포함한 시정 지시를 했다.

선우정택 고용부 정책기획관은 “고용부는 익명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 및 사업장 근로감독을 하고 있으며, 피신고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평등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해 2차 피해 확인 등을 통해 계속 관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고된 성희롱 사례들 대부분이 지난해에 발생한 것으로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이 자주 발생함을 알 수 있었다”며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익명신고센터를 더욱 활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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