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물가→내수침체…원유 의존도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韓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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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3.08 17:19:52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조짐…세계 경제 오일쇼크]
원유 공급 막히면서 에너지값 급등
인플레 밀어 올리면서 성장 끌어내려
각국 중앙은행 금리 정책 '사면초가'
유가 100달러땐 韓 성장률 0.3%p↓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p↑ 전망
환율 15000원 돌파 가능성에'긴장'

[이데일리 성주원 이정윤 기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글로벌 기관들이 세계 경제에 대한 스태그플레이션 경보를 잇달아 발령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동시에 가라앉는, 정책 대응이 가장 까다로운 경제 상황을 뜻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막히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동시에 성장을 끌어내리는 구조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은 한 나라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경제 상황이다. 경제 위기 상황이 벌어져도 정책을 통한 대응이 어렵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른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더욱 위축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IMF “에너지값 10% 오르면 인플레 0.4%p↑”

국제통화기금(IMF)은 에너지 가격이 10% 오른 상태로 1년간 지속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상승하고 세계 성장률은 0.1~0.2%포인트 둔화한다고 추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전쟁·관세 충격에 이어 또 다른 공급 충격을 마주했다”며 “여러 국가가 이미 완충 여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이번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는 시나리오에서 세계 성장률 타격이 0.4%포인트,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이 0.7%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의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성장률 타격 0.1%포인트, 인플레이션 상승 0.2%포인트의 충격을 예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8달러 수준에서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0.6%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자급 기반이 없는 유럽이 침체 직전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도 사면초가에 놓였다.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가 꺾이면 내려야 한다.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어느 쪽도 완전한 정답을 낼 수 없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쉬카리는 “이란전이 금리 경로에 불확실성을 드리웠다”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낮췄다. 유럽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특히 위험한 이유로 누적 효과를 꼽는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관세에 이어 네 번째 대형 공급 충격이 단기간에 연속으로 덮치면서 각국이 대응에 쓸 재정·통화 여력을 이미 크게 소진했다는 것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이 충격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출이 타격을 받는 동시에 에너지 수입 비용 급등으로 국내 물가가 오르는 이중 압박 구조에 놓여 있어서다. IMF가 우려한 완충 여력이 소진된 원유 수입국이자 골드만삭스가 금리 인하 지연을 경고한 신흥국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만큼 한국은 글로벌 평균보다 더 깊은 충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이들 분석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 올해 2% 성장 목표에 빨간불

올해 2% 성장을 목표로 경기 회복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이란전 여파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유가 급등이 장기화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란전 장기화로 수개월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사태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 하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에는 성장률이 최소 0.8%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포인트 폭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현재 국내 경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내수에 치명적이다”며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면 수출도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한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압력까지 겹치면서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글로벌 달러 강세 역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증가한 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탓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대외 달러 강세 압력이 강화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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