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은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반포된 지 100년 되는 날이다. 하지만 신 씨의 사례처럼 점자를 배우려는 성인 시각장애인에게 교육 시설은 여전히 멀고 수업 선택지는 좁다. 전문가들은 교육기관을 늘리는 것과 함께 학습 속도와 장애 특성에 맞춘 교육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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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음성 기술이 발달해도 점자가 문자로서 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회장은 “AI가 물어보면 답을 다 해주는 시대가 됐다고 글자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다”라며 “수학·과학을 공부할 때 말로 하는 건 정확성이 떨어지고, 금전 관리를 할 때는 숫자 하나도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자를 배울 곳은 많지 않다. 점자 교육은 주로 △시각장애 특수학교 △시각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지회 등에서 이뤄진다. 전국 시각장애인복지관 15곳 가운데 5곳은 서울에 있고, 나머지는 일부 시·도에 흩어져 있다. 서 회장은 “촉각 훈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시골에 사는 사람은 생활비를 들여 가족과 떨어져 합숙해야 한다”며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유학 오듯 와서 배워야 하는 게 한계”라고 말했다.
수도권도 교육이 원활하지만은 않다. 수도권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시·군 단위 수업은 대개 주 1~2회라 상시 수업을 찾아 용인·의왕에서 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학습 속도에 맞춘 수업도 부족하다. 시각·지적장애가 있는 성인 자녀를 둔 문모(54) 씨는 “맹학교를 졸업하고 자립생활교육까지 마쳐 사회로 나왔는데, 복지관에서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수업은 잘 운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점자 교원 양성과 점자교육원 지정·지원, 점자능력 검정 등을 담은 개정 점자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을 지난해 2월 시행했다. 2028년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점자교육원을 한 곳씩 지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지정된 교육원은 서울 2곳과 대전·제주·충남 각 1곳 등 5곳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존 점자 교육기관을 교육원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과 시설 요건을 갖춰 신청하는 기관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점자 교육기관을 늘리는 정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학습자 특성에 맞춘 교육과 전문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현 백석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중도 실명 성인은 손끝으로 점의 위치와 배열을 구별하는 데 반복적인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며 “학습 속도에 따라 교육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방문교육이나 소규모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점자교육원 사업을 “일종의 국가 인프라를 까는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후천성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익히기가 쉽지 않아 그만큼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상근 전문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인건비 등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