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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서 죽었지?" 참사 비난 댓글이 생존자를 죽였다

김화빈 기자I 2022.12.15 10:17:33

정부 심리지원은 1회 20분, 일주일에 한 번도 어려웠다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두 명의 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간신히 구조된 고등학생 생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학생은 ‘악성 댓글’ 때문에 고통을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가 무분별한 악성 댓글에 고통을 호소하다가 숨졌다 (사진=MBC)
숨진 A군의 어머니는 지난 14일 M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아이가)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며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는 같은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A군은 지난 10월 29일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구경갔다. A군은 ‘밤 10시 30분까지 집에 오라’는 부모님의 당부대로 지하철을 타려고 가던 중 친구들과 함께 인파에 갇혔있다가 40분 넘게 깔렸다. A군은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됐지만,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숨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해야만 했다.

MBC뉴스에 따르면, 당시 A군은 정신적 충격은 물론 몸의 근육세포들이 파열돼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A군은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했다.

참사 이후 A군은 일상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참사 일주일 만에 등교해 학업에 몰두했고, 병원 상담도 다녔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를 탓하고 비난하는 가명 댓글에 무너졌다.

A군의 어머니는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라면서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회 15분~20분 정도의 진료를 5번 받았다. 심리 상담이 깊게 이뤄졌다면 (극단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걸)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울음을 삼켰다.

A군은 정부 심리지원 대상이었지만 대학병원에서 이뤄진 상담은 한 회에 20분을 넘기기가 어려웠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받기 어려웠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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