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랑협회가 미술경매사인 서울-케이옥션에 맞서 자체적으로 경매를 열겠다고 5일 밝혔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국내 양강(兩强) 미술품 경매사들의 무분별한 운영이 미술시장 과열을 불러와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유통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이다.
잦은 가격 유동성으로 인해 투기를 조장하고, 극단적 자본주의 논리에 주요거래작 이외 작가들이 평가절하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작가들의 성장도 저해시킨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고 오는 26일 오후 4시에 웨스틴조선서울호텔에서 회원 화랑만 참가하는 경매를 개최하기로 했다. 협회에 따르면 수익 사업이 아닌 2007년 미술계 상생을 위해 체결한 신사협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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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관계자는 “이런 협약을 맺었는데도 한 옥션사에서 많게는 연 80회에 달하는 경매를 열고 있다”며 “협약문 준수 등의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한국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와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발돋움을 꾀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우려스럽다”고도 전했다.
또한 제작된 지 얼마 안 된 작품이 1차 시장인 화랑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경매에 나와 1차와 2차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도 문제 삼았다.
협회는 “옥션의 개최 횟수를 줄여야 하고, 작가들에게 직접 경매 출품 및 판매 의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작가 발굴, 전시 및 페어를 통한 프로모션 등 경매사들이 직접 할 수도 없고 화랑의 고유 영역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관철되지 않으면 강력한 단체 행동을 강행할 의지도 내비쳤다.
이번 경매는 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옥션’ 형태로 열린다. 출품작을 작가의 근년 작으로 제한하고, 공신력 있는 협회감정위원회 감정과 추정가를 토대로 작품의 적정가를 정하기로 했다. 낙찰·응찰 수수료는 없다.
한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 매출 총액은 3294억원이다. 2020년 1153억원에서 1년 만에 3배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