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 제2·3의 성심당 나오도록”…‘힙선동’ 만든 대표, 누구

한전진 기자I 2025.01.30 09:48:29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화성시 SIB 프로젝트
"소셜 프랜차이즈로 소득 없는 이에게도 기회를"
"1호점 르바게트 벌써 입소문…가맹점도 확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이번 화성시 사회성과보상사업(SIB)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보통 프랜차이즈를 자본주의의 끝이라 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지역 ‘소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거든요. 소득이 없는 시민에게 일과 창업의 기회를 제공해 지역에서 선순환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동안 익선다다가 쌓아온 모든 역량을 발휘할 겁니다.”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가 서울 강남구 익선다다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서울 종로 ‘익선동 거리’를 기획한 것으로 유명한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추진 중인 화성시 SIB 프로젝트를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SIB는 민간 투자자가 주거·환경·고용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달성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적 보상을 해주는 사업이다. 이번 화성시 SIB 프로젝트는 SIB 전문 기획업체 팬임팩트코리아가 총괄 운영 기관으로 참여했고 공간기획 업체 익선다다는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힘을 합치고 있다.

박 대표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큰 도전과 같았다. 익선다다는 그간 서울 익선동과 대전 소제동 등 도시재생 사업에 초점을 맞춰왔다. 허름한 주택, 폐건물을 임차하거나 매입해 카페·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켜 일명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다만 이를 프랜차이즈화 하지는 않았다. 해당 지역만의 콘텐츠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다르다. 지역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기획해 일자리를 늘리고 외식업자 생존율을 늘리는 것이 화성시의 목표여서다.

박 대표는 이번 화성시 SIB 프로젝트의 시작점을 선정한 인물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화성시를 출퇴근하다시피 했다. 여러 지역을 물색해 장지동을 택했다. 이곳에 지난해 11월 프로젝트 1호 매장 ‘르바게트’를 만들었다. 애견 카페였던 곳을 임차해 전통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변모시켰다. 추후 매장을 확장하고 다른 외식업 브랜드도 만들 예정이다. 화성시 SIB 프로젝트는 오는 2028년 10월까지 진행한다. 이후 소셜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지역의 자산으로 남게 된다.

지난 2014년 익선동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후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박 대표의 목표는 여전히 낡고 발견되지 않은 공간을 계속 알리는 일이다. 특히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 소멸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사명감도 더해졌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지방의 위기가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박 대표는 “익선동의 골목골목 낡은 모습에 매료되어 순수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기억이 여전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한아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화성시 SIB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는

-처음 화성시 SIB 프로젝트를 접했을 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공간의 새로운 발견으로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것. 기존 익선다다가 하던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동시에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그간 익선다다가 익선동 등 무대를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면 화성시 SIB 프로젝트는 가수까지 육성해야 하는 일이라서다. 부담도 컸지만 소셜 프랜차이즈의 공익적 목적에 공감했다. 익선다다는 익선동과 소제동에서 카페와 레스토랑 등 여러 식음업장을 기획·컨설팅한 경험이 많다. 이런 노하우를 통해 화성시에서 흥행할 수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싶었다.

▲소셜 프랜차이즈와 일반 프랜차이즈의 차이는

-소셜 프랜차이즈는 당장의 이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역량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지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르바게트에서 일하는 직원은 화성시에 살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던 사람들이다. 소셜 프랜차이즈 취지에 적합한 이들을 익선다다가 직접 선정했다. 향후 화성시 내에서 2호·3호점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소셜 프랜차이즈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가맹비, 교육비 등 창업 비용을 받지 않는다. 비용은 화성시 SIB 프로젝트에서 지급한다. 이 모든 것은 민간과 관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창업 생존율이 관건일 것 같은데

-그만큼 처음 시작부터 면밀한 상권과 소비자 분석 등 작업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르바게트를 만들 당시 동탄·화성시에 있는 인기 카페와 식당을 모두 방문했다. 공개된 매출 자료도 일일이 분석했다. 인기 요인과 고객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프로젝트 1호 르바게트의 성과가 좋다. 르바게트는 지난 12월 75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당초 예상치인 5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공간과 메뉴에 만족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추후 생길 매장과 브랜드 전략도 다르지 않다. 분석과 컨설팅을 경쟁력으로 성공 사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장지동을 가장 먼저 택하게 된 이유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반전’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장소에 ‘이런 곳이 생겼네’와 같은 반응이 나와야 한다. 장지동도 이런 점에서 적합했다. 르바게트가 있는 곳은 오래전 공장 부지였다. 이런 곳에 프랑스 레스토랑이 들어서면 어떨까 싶었다. 연회에 초대받아 숲을 헤치고 가는 그런 느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르바게트 외형은 남프랑스 별장 같은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어렵게 공수한 ‘이끼가 낀’ 돌들을 썼다.

▲지방 소멸이 위기 단계에 몰린 상황이다

-이번 화성 SIB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소셜 프랜차이즈가 어쩌면 지방 소멸에 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단순히 지역을 살리기 위해 2030세대에 귀촌·귀향을 하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재능 있는 이들이 지역의 스토리에 직접 매료되고 소득을 낼 기회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소셜 프랜차이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도를 이어가다 보면 지방에서 제2, 제3의 성심당이 나오는 것도 꿈만은 아닐 거라 본다.

▲익선다다의 향후 계획은

-앞으로 화성시에서 르바게트 외 한식 등 다른 브랜드도 구상 중이다. 화성 SIB 프로젝트 기간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4년이다. 1년에 한 개씩은 앵커 역할을 하는 직영 매장을 만들고 창업 매장 1~2개도 함께 생기는 그림을 구상 중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KB손해보험)과 사회단체(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 형태 투자로 이뤄졌다. 기부금은 결국 소멸하고 마는데 SIB는 장기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추후 성과로 화성시에서 투자금을 보전해 주면 이 금액으로 또 다른 공간의 발견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박한아 대표는…

△1984년생 △주식회사 익선다다 대표이사(2014년~)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근대한옥마을‘ 도시재생 프로젝트 시행(2014~) △주식회사 익선다다·소제호 대표이사(2017년~) △대전 동구 소제동 ’철도 관사촌‘ 도시재생프로젝트 시행(2017년~) △서울 중구 신당동 ’패션문화거리‘ 프로젝트 시행(2021~) △화성시 SIB 프로젝트·천안역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 시행(2024~)

화성시 SIB 프로젝트 첫 브랜드 매장인 르바게트의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익선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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