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2022년부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영풍과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시작한 이후 고려아연이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회견은 최윤범 회장의 측근이자 1985년에 입사해 40년간 회사에 몸담은 이제중 부회장이 주도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삼촌인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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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MBK가 지난 19일 추석 연휴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공개매수의 명분과 당위성을 설명한 것에 대한 맞불 기자회견이다. MBK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했다는 주장과 함께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총공세를 펼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MBK에게 사실상 주도권을 위임했던 영풍 측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양측의 공방전이 워낙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뒤로 물러나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에 1대주주 지위를 양보하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중대재해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는데 중대결정을 했다”며 “영풍의 후진적인 이사회부터 지적해야”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여론전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33.1%, 최 회장 측이 34.3%(우호세력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1%를 갓 넘기는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일부 주주의 움직임만으로도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려아연 측이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론전은 더 거세지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MBK·영풍 연합에 맞서 국내외 펀드와 기업들을 만나며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66만원)을 훌쩍 웃도는 71만3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개매수는 오는 10월 4일에 종료될 예정으로,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 종료 기한 연장 없이 26일까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