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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신약 기술수출로 K바이오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다 최근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며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고 있는 오스코텍(039200)과 제노스코 얘기다.
양사는 지난 2016년 공동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하면서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2년 후 유한양행은 미국 존손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 기술을 재이전했다. 이 기술을 이어받은 얀센은 마침내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획득하면서 두 회사는 세간의 조명을 받게 된다.
이 치료제는 글로벌하게 7조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후보 1순위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가 향후 얀센으로부터 받게될 마일스톤은 최소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초대박 기술수출이다.
욱일승천하며 K바이오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던 두 회사가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오스코텍이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주식시장 상장을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면서다. 모회사를 상장하고 이어 자회사까지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중복 상장’이라는 길을 오스코텍이 선택한 것이다.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할수 밖에 없는 쪼개기·중복 상장은 모회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의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에 가장 혐오하는 상장방식이다. 오스코텍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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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특히 제노스코 상장의 목적이 이 회사 지분을 10%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대표의 아들 김성연씨에게 증여를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최근 기업 설명회 자리에서 김대표는 제노스코 상장이 무산되면 연구소도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키우기도 했다.
쪼개기·중복 상장은 어느 산업 섹터에서든 결국 모회사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주식가치 희석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쪼개기·중복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식가치 훼손의 정도는 심대할 수밖에 없다. 모회사이든 자회사이든 신약개발이라는 공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에 쪼개기·중복상장의 시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화이자를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들 대부분은 100개 안팎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 회사 내에서 운영하며 쪼개기·중복상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약개발은 계열사나 자회사로 분산하지 않고 한 회사에서 이뤄져야 효율적이고 시너지를 극대화시킬수 있어서다.
명성과 신뢰는 쌓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지켜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잘못된 경영판단을 바로잡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존속이 위태롭게 된다. 기술수출의 대명사로 K바이오 간판스타로 떠오른 오스코텍 같은 회사가 쪼개기·중복 상장으로 추락하는 것은 그러잖아도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은 K바이오에게도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