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원인이 된 공장 2층에서 폭발한 전지들은 이틀 전 폭발했던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생산된 제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유해화학물질 관리 기준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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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결과 아리셀은 올해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고 리튬전지를 납품했으나, 지난 4월 납품분이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을 중단하고 재생산에 착수했다.
이후 아리셀은 지연된 납품일정을 맞추기 위해 5월 10일부터 ‘1일 5000개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공장이 보유한 기존 자원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 납품지연이 지연되면서 매일 70만7169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일 기준 아리셀이 지급해야 할 지체상금은 3800여만원이었다.
아리셀은 목표 달성을 위해 5월부터 인력파견업체인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메쉬 절단·라미네이션·와인딩·시팅 등 리튬전지 내·외부 단락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주요 공정에 투입했다. 경찰은 아리셀 제조 리튬전지 불량률이 3~4월 평균 2.2%에서 신규 인력이 투입된 5월 3.3%, 6월 6.5%로 늘어난 점을 바탕으로 비숙련공 투입으로 인한 불량률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리튬전지 불량률이 늘었음에도 아리셀은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공정을 강행했다. 실제 아리셀은 시팅 공정 중 케이스가 찌그러지거나 핀홀(실구멍)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불량이 발생했음에도 찌그러진 헤더와 케이스를 우레탄 망치로 억지로 결합하거나, 핀홀을 재용접해 양품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은 5월 16일께 미세단락에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지 발열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초기에는 정상품과 분리했지만, 6월 8일 이후부터는 별도 안전성 검증 없이 발열전지 선별작업을 중단했을뿐만 아니라 분리 보관하던 발연전지도 양품화하기까지 했다.
특히 참사 이틀 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연전지 1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조치 없이 생산라인은 계속 가동됐다. 화재 발생 당일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2층에 적재돼 있다가 폭발한 전지들도 이틀 전 폭발한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제품들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이번 리튬전지 폭발은 메쉬 절단면에서 확인된 끝단이 뾰족한 형태의 버(Burr, 크기 100㎛)와 젤리롤에서 확인된 금속 이물질(크기 140㎛)이, 분리막 등의 전지 구조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국과수는 “전지의 발열은 미세단락 과정에서 발생된 전기적 발열에 기인된 것으로 화재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미세단락의 크기나 지속 조건에 따라 발열 시점과 폭발 시점은 다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수사하던 고용노동부 경기지청도 이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산언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원인 규명·현장감식·피해자보호팀 등으로 구성된 123명 규모 수사본부를 구성해 3개 13개소 압수수색과 합동감식 4회 및 관련자 103명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