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피아트 500X 시승기 - SUV로 즐기는 500의 매력

김학수 기자I 2017.04.27 08:58:10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피아트 500X는 무척 독특한 존재다. 세계의 수 많은 차량 속에서도 독특한 감각을 바탕으로 고유한 역사와 매력을 이어가고 있는 피아트 500을 기반으로 개발된 소형 SUV로 경쾌한 피아트의 감성과 지프에서 빌려온 AWD 시스템까지 더해 즐거운 폭 넓은 환경에서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컨트리맨보다 좋다는 FCA 코리아의 자신감에도 가격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실제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그 때문에 FCA 코리아는 최근 500X의 할인 정책을 발표하며 ‘500과 할인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남긴 피아트 500X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간단하다. 피아트 500X는 말 그대로 500을 기반으로 개발된 SUV다. 때문에 차량의 크기는 단연 소형 SUV로 무척이나 콤팩트한 모습이다. 대신 시장성을 갖추기 위해 피아트 500보다는 소폭 큰, B-세그먼트 SUV라 할 수 있는 4,270mm의 전장을 품고 전폭과 전고 역시 1,795mm와 1,620mm다. 한편 휠 베이스는 2,570mm으로 전체적인 체형은 르노삼성 QM3와 비슷한 편이다.

소형 SUV 담긴 피아트의 디자인

피아트의 차량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아이코닉 모델인 500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또 한편으로는 ‘500이야 말로 가장 피아트다운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다. 이러한 추세와 피아트 500의 후광 효과를 추구한 피아트 500X에 ‘500과 피아트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피아트 500X의 전면 디자인은 SUV의 감성을 강조하기 위한 검은색 클래딩 패널이 더해진 것 외에는 피아트 500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이다. 동그란 헤드라이트와 안개등을 비롯하여 보닛의 세로 라인은 물론 피아트 엠블럼과 주변 가니시는 피아트 500가 가진 이미지를 완벽하게 반영한 모습이다. 마치 물에 넣어 불린 500을 보는 것 같았다.

측면 디자인의 경우에는 피아트 500의 이미지보다는 어딘가 클래식한 폭스바겐 비틀의 실루엣을 보는 것 같다. 물론 500의 감성도 느껴지기 때문에 ‘작고 귀여운 그리고 유니크한 존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투-톤으로 디자인되어 스타일리시한 감성을 강조한 휠을 통해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한편 피아트 500X의 후면 디자인은 SUV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클래딩 가드 위에 피아트 고유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 보인다. 크기를 키워 시인성을 높인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하고 트렁크 게이트 하단에 4X4 레터링을 새겨 사륜구동, SUV의 감성을 강조했다. 덕분에 500의 감성을 살리면서 SUV의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공간

피아트 500X의 외형이 피아트 500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SUV의 감성을 강조한 것처럼 실내 디자인 역시 피아트 500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대신 기존의 500보다 커진 차체와 공간을 활용해 소형 SUV가 갖춰야 할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작업을 잊지 않았다.

기본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500과 마찬가지로 투 톤으로 처리된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된 디스플레이를 배치 했고, 그 아래는 원형의 다이얼을 적용했다. 센터페시아는 원형의 다이얼과 다이얼 안에 버튼을 배치했다. 한편 계기판은 3-서클 타입으로 싱글 서클의 500과는 차별화가 느껴진다.

피아트 500 레터링이 새겨진 대시보드가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 건조한 플라스틱의 감성으로 고급스러운 감성은 떨어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부츠 타입으로 처리된 기어 레버나 독특한 실루엣을 드러낸 도어 캐치 등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다양한 요소를 통해 트렌디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더했다.

피아트 500X의 실내 공간은 소형 SUV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시트의 크기 역시 성인 남성에게 사용하기엔 다소 작게 느껴지지만 질감이나 착좌감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며 시트 양 옆을 살짝 부풀려 안정감을 강조했다. 레그룸과 헤드룸은 체격이 큰 운전자면 몰라도 일반적인 체형이라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대신 시트 포지션을 670mm로 제법 낮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승하차가 편한 점은 분명한 강점에 있다.

다만 2열 공간은 나름대로 공간 확보에 공을 들이고 또 시트의 형태도 고급스럽게 구성하여 의미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나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피아트 500X를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대신 싱글 혹은 신혼 부부가 트렌디한 소형 SUV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았다.

피아트 500X의 트렁크 공간은 시장에서 사용되는 소형 SUV들과 비슷한 수준인 350L를 갖췄다. 350L의 용량은 넉넉하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으나 60:40 비율로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에는 최대 1,000L의 적재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차체에 비해 트렁크 게이트는 넓어 수하물 적재 등의 편의성이 좋은 편이다.

FCA의 콤팩트 디젤을 품다

피아트 500X의 보닛 아래에는 체급에 비해 다소 크게 느껴지는 2.0L 디젤 엔진이 자리한다. 경쟁 모델들이 1.6L 디젤 엔진을으 탑재하는 것에 비해 조금 큰 선택으로 보인다. 어쨌든 멀티젯2 2.0L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140마력과 35.6kg.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9단 자동 변속기와 온로드 드라이빙을 지향하는 사륜 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출력을 전달한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2.2km/L(도심 10.7km/L 고속 14.6km/L)이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품은 소형 SUV

사실 피아트 500X의 첫 인상, 그리고 첫 기억은 썩 좋지 않았다. 체격이 큰 기자 입장에서 작은 차체에 몸을 우겨 넣은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피아트의 아이코닉한 500의 후광 효과를 탐내며 개발된 것 같은 500X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게 만족스러운 존재로 느껴지지 않았다.

어쨌든 시트에 몸을 맡겨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지프 레니게이드에서도 느꼈지만 FCA의 소형 디젤 모델들이 디젤 엔진의 태생적인 진동이나 소음을 억제하는데 그리 능숙하지 않고, 실제 경쟁 혹은 국산 소형 디젤 SUV과 비교할 때에도 가장 진동이 크고 소음도 적지 않은 편에 속한다.

기어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넉넉한 배기량을 기반으로 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경쟁 1.6L 디젤 모델 대비 출력이 아주 높은 것이 아니지만 400cc의 차이가 만드는 여유는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출력의 답답함’은 결코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급’을 만들었다.

덕분에 발진 가속이나 추월 가속에서도 출력의 갈증은 크게 느껴지지 않으며 소형 SUV들이 한계로 가지고 있는 고속 주행에서의 만족감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차량의 형태 때문인지 고속에서의 풍절음이 제법 크게 들려와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2열 탑승자와의 대화가 쉽지 않았다.

2.0L 디젤 엔진과 조합을 이루는 9단 변속기의 경우 하나의 강점과 하나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크라이슬러 200처럼 9단 변속기를 장착한 그룹 내 다른 차량들과 달리 피아트 500X는 실용 구간에서도 9단의 적용을 확인할 수 있어 정속 주행에서의 낮은 RPM과 우수한 효율성을 자랑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낮은 단수에서의 변속 반응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주행을 하면서 ‘왜 아직도 변속이 되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할 때가 제법 많았고,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저단에서는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 쉬프트를 당겨 수동 변속을 하는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변속 속도나 변속 시의 느낌은 꽤 준수한 편이었다.

피아트 500X가 가진 드라이빙의 감각은 달리면 달릴수록 경쾌한 드라이빙 감각이 돋보이는 타입이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평범한 편이지만 차체가 작고 휠 베이스가 짧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꽤 민첩한 반응이다. 덕분에 빠른 조향을 이어가면 기민하게 머리를 흔들며 방향을 바꿔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체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 SUV라는 특성에 맞춰 비교적 긴 스트로크의 댐퍼 세팅을 가져가지만 노면에 부드럽게 반응하여 승차감을 강조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견고함을 더하며 유럽 풍의 드라이빙 감성을 강조했다. 차체가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피아트 500의 감각도 어슴푸레하게 느껴져 이탈리아 혈통의 DNA를 느낄 수 있다.

한편 피아트 500X는 사륜 구동 시스템과 노면에 따라 보다 효과적인 주행이 가능한 드라이빙 셀렉트 기능을 탑재했는데 아트 무드 셀렉터로 명명된 이 기능을 통해 오토, 스포츠 그리고 트랙션+의 세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가능하게 했다. 덕분에 험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피아트 500의 활동 범위’를 보다 넓게 설정했다.

시승을 하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차 중 시동을 꺼 연료를 아끼는 상황이 끝나고 시동이 걸릴 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차량이 크게 비틀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점과 정속 주행 시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하지만 도심 주행에서는 유독 급격히 떨어지는 효율성은 소형 SUV에게 기대하는 바는 아닌 것 같았다.

좋은 점: 감각적인 드라이빙과 매력적이 디자인

안좋은 점: 시장에서의 인식과 다소 아쉬운 도심 연비

인상적인 믹스매치, 피아트 500X

피아트 500X는 피아트 500의 감성과 지프의 오프로더의 감성을 하나로 묶어낸 차량으로서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를 뽐내고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매력적인 드라이빙 감성, 그리고 아트 무드 셀렉터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량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분명 FCA 코리아가 깊이 고민할 일이라 느껴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