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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JP모건과 엡스타인 피해자 변호인단은 이날 JP모건이 엡스타인 성폭행 피해자들과 2억 9000만달러(약 37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이번 합의는 모든 당사자, 특히 엡스타인의 끔찍한 학대를 겪은 생존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였던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미성년자 20여명에게 성매매 강요 등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7월 체포·기소됐다. 그는 수감당한 뒤 같은 해 8월 재판을 기다리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피해 사례는 계속 드러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건이 배상금 지급을 합의하게 된 것은 엡스타인이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5년 동안 이 은행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밝혀진 뒤 JP모건은 이를 인지하고도 거래 관계를 유지해 이익을 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6년 엡스타인을 ‘고위험 고객’으로 지정하고서도 그의 자금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사실상 엡스타인의 성범죄 행위를 도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자치정부와 피해 여성들은 지난해 JP모건에 책임을 묻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엡스타인은 이 지역에 있는 개인 별장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다수의 성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를 대리한 시그리드 맥콜리 변호사는 “이번 합의는 금융기관이 성매매를 인지하고 중단시키는 데 중대한 책무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엡스타인 성범죄와 연루된 은행은 JP모건뿐이 아니다. 독일 도이체방크도 엡스타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7만 5000~500만달러(약 9600만~64억원)씩, 총 7500만달러(약 960억원)를 지급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도이체방크는 2020년에도 엡스타인의 거래 내역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며 미 뉴욕주 금융서비스국으로부터 벌금 1억 5000만달러(약 1930억원)를 부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