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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의 성&건강]사후피임약 맹신은 금물

편집부 기자I 2013.01.16 10:35:49
[명동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진료실에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사후피임약 처방을 해달라고 찾아왔다. 여자친구 대신 들어왔다는 것이다. 자신은 질외사정을 한다고 했으나 여자친구가 불안해 해서 약을 사러 왔다고 했다. 진료기록에는 2주일 전에도 처방전을 끊어간 기록이 있었다.

기억 나는 것이 지난번에 학교를 갓 졸업한 여학생이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피임약 처방전을 끊어갔다. 남자친구가 성관계를 하자며 모텔로 손을 잡아끌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가졌는데 주변에서 임신이나 미혼모에 대한 얘기를 듣고 덜컥 겁이 나서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2주일 만에 다시 ‘사고’를 친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성관계 후 사후피임약을 많이 찾고 있다. 사후피임약은 성교 후 아침에 복용한다고 해서 ‘모닝 애프터 필(morning after pill)’이라고도 불린다. 성교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하며 수정란의 자궁내막 착상을 막아 임신을 피하는 약이다.

문제는 사후피임약의 피임 효과에 대해 맹신하는 것이다. 성관계 후 몇 시간만에 복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95%의 피임 효과가 있지만 25~48시간 사이는 85%, 49~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효과가 58%에 불과하다. 성관계 후 72시간이 지났다면 오히려 복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피임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또한 응급 피임약은 먹는 피임약보다 고용량의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부작용도 적지 않다.

남성들이 흔히 자신하는 질외사정의 피임률은 80%에 불과하다. 질외사정이란 한참 성관계 중에 자신의 성기를 빼서 사정하는 것으로 보통 초인적인 의지와 노력을 하기 전에는 질 속에 사정하고자 하는 유혹을 견디기 쉽지 않다. 또 사정 전에 분비되는 애액에도 정자는 있을 수 있다.

파트너가 피임에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면 여성 스스로 방어할 필요가 있다. 실제 매일 먹는 피임약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무분별한 성관계 후에 사후피임약에 매달리기보다는 아예 정기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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