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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외유성 해외연수' 사라진다…내년 예산 전액 삭감

공지유 기자I 2023.09.17 18:00:00

'연임법관 단기연수' 올해 14억원 편성→내년 '0원'
10년 단위 재임용 법관 매년 100여명 8박9일 연수
사법제도 발전 목적인데 케냐로?…국회 "부적절"
기피과 전공의 연수 등 효과 불분명 사업 다수 폐지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10년동안 근무해 재임용된 판사를 대상으로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사업이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연임판사 단기 해외연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대법원 예산안에서 ‘연임법관 단기 해외연수’ 사업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임법관 연수 사업은 10년마다 재임용된 판사들이 8박9일 등 일정으로 해외로 가 해외사법제도 연구 및 재교육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헌법 제105조에 따르면 판사는 10년마다 재임용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재임용된 11년차, 21년차 판사들이 해외에 나가 해외 제도를 보고 우리나라 사법제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수제도가 지난 2009년부터 15년째 시행되고 있다. 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동기부여 차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임법관 연수 사업은 9억3400만원이 편성돼 있었는데, 이·전용 등을 통해 예산현액이 1억1900만원이 증액돼 총 10억5300만원이 전액 집행됐다. 올해 예산도 국회에서 4억원이 증액돼 14억564만원이 반영됐다.

판사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해외연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목적에 맞지 않는 ‘외유성 연수’에 대한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22회계연도 대법원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내용과 적절하지 않게 해외연수를 다녀온 법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2018년에는 케냐, 2019년에는 크로아티아를 방문한 법관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냐의 경우 방문 후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어떤 내용으로 연수를 한 건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지난해 서울동부지법에서는 연임법관이 8박9일 일정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튀르키예가 지정학적 요충지고, 이슬람과 서구적 사법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사법제도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법사위는 이에 대해 “연임법관의 해외연수는 사법제도 선진화 및 발전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라며 “튀르키예나 베트남, 케냐 등의 국가에서 실시되는 연임법관 해외연수가 사업목적에 부합되는 예산집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제출한 연수결과보고서 목록을 살펴보면 ‘해외법원의 건축’이나 ‘국내 로펌의 해외지출현황’ 등 부적절한 연수 사례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사위는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했지만 결과보고서에는 프랑스에 대한 연구결과만 작성하는 등 연수내용이 부실하다고도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연임법관 단기 해외연수 사업 폐지와 관련해 “예산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전 부처적으로 사업효과가 불분명한 해외 연수사업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차원”이라며 “다른 사업과의 유사·중복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연임법관 연수와 유사한 성격의 해외 단기연수 사업들 역시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헌법재판소의 연임 헌법연구관 연수사업은 올해 예산에 3100만원이 편성돼 있었는데 내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기피과목 전공의 활성화를 위해 1개월 이내의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보건복지부의 ‘육성지원과목 전공의 단기연수 사업’ 역시 올해 1억원이 편성돼 있는데, 내년에는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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