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동녕 선생의 손녀 이애희(86)씨가 일가 친척 없이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와중에 먼 친척인 종중 인사와 연락이 닿았다. 이데일리의 보도가 계기가 됐다. ‘이동녕 선생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종중 이종억(73)씨는 직계후손인 이애희 씨와 함께 그간 지지부진했던 이동녕 선생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종중 지원사업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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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화통화를 할 당시 이애희씨는 먼 친척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놀라면서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선접촉 후 이틀 뒤 이애희씨는 치매 증상으로 당시 통화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취재진과 다시 만난 이씨는 ‘종중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사실만 희미하게 떠오른다면서 “누추하게 살고 있는데 멀리서 누가 날 찾는다고 하니까 놀랐지”라고 했다.
이종억씨는 연안 이씨 태자첨사공파 참의공(숙부인) 종중 보학연구소 소장으로 이동녕 선생을 기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종억씨는 김구 선생만큼 대한민국 독립에 헌신했지만 역사 속에 잊혀진 이동녕 선생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이애희씨를 찾았다고 했다. 현재 이동녕 선생에 대한 역사 연구는 중단됐으며 연구할 사람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이동녕 선생 서거 80주기 기념식도 진행하지 못했다.
종억씨는 “이동녕 선생은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에 ‘사모하는 마음을 가진 스승과 같은 분’이라고 등장할 만큼 독립운동사에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이전에 연구하던 전문가들도 모두 세상을 떠나면서 연구를 이어갈 사람이 없다. 직계후손이 아직 계시단 소식을 듣고 역사연구에도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애희씨는 종억씨와 연이 닿으면서 경제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종중 보학연구소는 이동녕 선생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연로한 종중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이씨에 대한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이애희 할머니는 부양가족이 없어 돌아가시게 되면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어 걱정이 컸었다”며 “종중과 기념사업에서 할머니에 대한 지원을 한다는 소식에 조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