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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간 쓰레기' 조롱한 이 남자와 LA서 악수…무슨 일?

양지윤 기자I 2025.01.25 12:35:00

[파워人스토리]
캘리포니아 주지사, 맹비난 퍼붓던 트럼프 마중
"재난을 정치화하지 말라" 트럼프와 설전
민주당 차기 대권 유력주자
"LA 산불 복구, 정치적 미래 달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주지사가 다가와서 나를 만나 줘서 고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으로 마중 나온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악수하고, 등을 두드리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을 타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P)
◇‘인간 쓰레기’ 조롱당해도 꿋꿋

뉴섬 주지사도 밝은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반겼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우리를 위해 거기에 있었고, 나는 그것을 잊지 않는다. 저는 우리가 빠른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든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구호 지원을 요청했다. LA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책임을 두고 거센 설전을 벌이던 관계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도착하기 전까지 미 언론들은 두 사람의 만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공개했을 때도 화재 브리핑을 위한 행사 관련자 명단에 카렌 배스 LA 시장과 다른 의원들이 있었지만, 뉴섬 주지사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폭스뉴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에 도착하면 주 민주당 주지사가 그를 맞이하는 관리들 중 한 명이 될 것이지만, 뉴섬 주지사는 초대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전부터 뉴섬 주지사를 만날지 여부가 주목을 받은 건 그가 현 시점에서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뉴섬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시작된 캘리포니아주 LA 일대 산불 초기 대응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당선인 신분 시절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에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가 불타고 있다”며 “개빈 뉴스컴(Newscum)은 사임해야 한다.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뉴스컴’은 뉴섬 주지사의 성인 뉴섬과 인간 쓰레기를 뜻하는 스컴(scum)의 합성어로, 트럼프 대통령이 뉴섬 주지사를 조롱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뉴섬 주지사가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지 않아 이번 화재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LA 산불 발생 이후 뉴섬 주지사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주지사와 다른 민주당 관리들의 화재 진압 노력에 대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앙 중 하나의 무능한 목격자”라고 깎아내렸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재난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박하며 지난 11일 산불 관련 팩트체크 누리집을 개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산불 책임이 뉴섬 주지사의 잘못된 물 정책이 이번 화재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는 데 이어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주정부가 소방 예산을 삭감했다’ 등의 뉴스가 퍼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피해 현장도 수시로 찾고 있다. 지난 15일 중 12일 동안 이동 작전 센터에서 장시간 근무하며 즉흥적으로 소방 지휘관을 자처했고, 보좌관들은 그가 계속 같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다고 지적할 정도였다고 CNN는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윌라드 초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대응과 복구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와 ‘악연’…LA 산불 복구, 정치적 미래 달려

뉴섬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은 독특한 역학관계를 갖고 있다. 뉴섬 주지사의 전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전 약혼자인 킴벌리 길포일 주그리스 미국대사 지명자다. 뉴섬 주지사는 변호사이자 폭스뉴스 앵커출신인 길포일과 2001년 결혼했지만, 2006년 이혼했다. 뉴섬 주지사는 또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리턴매치(재대결)을 예고했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자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최후 방어자 중 한 명이었고, 이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자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확실한 선거 승리를 거둔 후, 뉴섬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를 ‘트럼프의 영향’으로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뉴섬 주지사가 있는 캘리포니아가 민주당의 텃밭인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LA로 향하기에 앞서 캘리포니아에 연방재난구호 기금을 지원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유권자 신분증이 발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NN은 “유권자 신분증 발급 요구는 불법 투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집착을 반영한 것으로, 그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자신이 세 번이나 패배한 원인을 꾸준히 불법 투표 탓으로 돌려왔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은 뉴섬 주지사의 향후 정치적 미래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LA 화재 대응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섬 주지사에게 LA화재는 단순히 복구를 넘어서 유권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첫 기회”라고 했다.

잭 피트니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정치학 교수는 폭스뉴스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그는 주를 위한 연방 지원을 받기 위해 대통령과 협력해야 하고, 전국적인 정치인으로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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