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합병 이후 양사 마일리지 통합 비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사는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마일리지 소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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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아시아나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이연수익) 규모는 9677억원이다. 미사용 마일리지가 쌓이면 재무제표에서 ‘이연수익’으로 표시돼 부채로 잡히는데, 마일리지를 소진할 경우 수익으로 인식돼 이연수익이 줄어든다.
1분기 소진된 마일리지 규모를 알 수 있는 ‘수익인식’은 461억810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280억원)보다 64.9% 증가했다. 마일리지 소진 규모는 △2021년 1분기 157억3000만원 △2022년 1분기 270억6100만원 △지난해 1분기 547억원 등으로 늘었다.
마일리지 좌석 구입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보너스 승객 탑승 거리’도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 보너스 승객 탑승 거리는 9억700만㎞로, 1년 전(6억2300만㎞)보다 45%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42.4%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2019년 1분기 6889억원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 시기 하늘길이 막히면서 빠른 속도로 쌓였다. 그러다가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격하게 회복되면서 마일리지를 통한 항공권 구매 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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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의 합병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의 불확실성 역시 마일리지 좌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권을 구입해 적립하는 마일리지가 아니라 항공마일리지 카드 등을 통한 적립의 경우 양사의 적립률이 다르다.
통상 대한항공은 이용 금액 1500원당 1마일이,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합병될 때 양사 마일리지가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통합 비율이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마일리지를 빨리 소진하려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을 합치면 약 3조4000억원이다. 대한항공이 1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때문에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공제 마일리지를 높이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유료 좌석에 대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 한국에서 일본·중국·동북아 노선 이코노미 스마티움 좌석을 마일리지로 구매하면 편도 4000마일이 들었는데, 이달부터는 5000마일로 상향됐다. 미주·유럽·시드니 노선 편도 마일리지 항공권은 2만마일에서 2만2000마일로 뛰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 후 마일리지 통합비율을 책정할 때 소비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인 만큼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