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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따라 지방 가라는데”…노동자는 언제 협상하나[노동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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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정 기자I 2026.09.05 08: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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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구조조정·배치전환 자료 있어야 교섭 가능
공공기관 지방이전, 노봉법상 '공장 이전'과 같아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앞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발표해도 직원들은 이를 즉시 문제 삼기가 어려워졌다. 단순히 회사를 옮기겠다는 결정 하나만으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이동이 예고된 공공기관 직원들 또한 정부가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배치를 수립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교섭할 수 있다.

민주노총 소속회원들이 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소속회원들이 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에 따르면 △공장 신설·이전 등 기업투자 △사업 매각·인수 △로봇 등 신기술 도입 등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발표만 있거나 경영진의 추상적 언급, 언론 보도나 노조의 일방적 추정만으로는 근로조건에 변동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노조가 공장 신설·이전에 따른 배치전환 문제를 교섭 의제로 다루려면 구조조정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거나 자료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을 때다. 만약 삼성전자가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을 경우 일부 직원들의 거주지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 예상되더라도 기업이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까지 교섭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사실상 ‘공장 이전’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을 지방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올 4분기 중 발표한다고 밝혔다. 525개 공공기관 중 109곳은 통폐합으로 감축된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대상과 배치전환 계획이 나오지 않은 탓에 노조는 사용자와 이를 두고 교섭하기가 어렵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이미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교섭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기업이 정리해고 계획을 수립 중인 상황에서 교섭을 진행할 경우 노동자가 원하는 조건을 관철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기업이 공장 이전 발표 이후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어도 노조에 공유하지 않고, 경영진 사이에서만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

김광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사업 매각이 고용 불안과 근로조건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모르는 회사와 노조는 아무도 없다”며 “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유지를 위해 계속 질의하고 교섭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성규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합병·분할·이전을 결정하는 시점에는 구조조정 계획을 숨기고 있으면 노조의 교섭 요청을 피할 수 있다는 안내서를 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노사 모두 이번 시행지침에 반발하며 노란봉투법에 따른 현장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따른 정리해고 여부는) 노사 당사자 간 충분히 확인하는 사항”이라며 “기업이 (정리해고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면 단체협약 때 ‘당분간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 등 확약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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