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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도 인파에 묻힌 '프리즈'…수십억대 작품 판매 줄줄이

오현주 기자I 2023.09.08 10:30:46

[2023 키아프·프리즈서울]
1만여명 달하는 국내외 미술 거물 총출동
초특급 작품 없이 '호박' 77억원 판매부터
박서보·하종현 등 국내 작가 작품도 선전
출품작 규모 등서 "지난해만큼은 아니야"
중국인 컬렉터 대거 입국 "판매변화 주목"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6일 개막한 ‘프리즈서울’ 전경. 데이비드즈워너 부스에 걸린 캐서린 번하드의 회화 ‘박테리움 런’(Bacterium Run·2023) 앞에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렀다. 작품은 개막 첫날 220만달러(약 30억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번째 뚜껑이 열렸다. 그 속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밀려드는 인파에 자주 ‘그림 반 사람 반’을 연출한 거다. ‘입소문’을 탄 작품이 걸린 갤러리부스에선 카메라 들이대기도 힘들 정도였다. 명작은커녕 앞사람 뒤통수를 찍어대기 일쑤니까.

‘2023 키아프·프리즈서울’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관에서 동시에 막을 올렸다. 지난해 첫회 이후 푹 꺼진 국내 미술시장 분위기 탓에 혹여 냉기가 찰까, 우려가 없진 않았던 터. 하지만 현장의 열기는 체온 이상이었다. 작품이 얼마나 팔려나가는가는 나중 문제고, 일단 관람객 동원에는 성공한 듯했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개막 첫날인 지난 6일 ‘프리즈 마스터즈’와 ‘메안세션’을 가르는 통로가 갤러리스트 등 미술계 관계자와 VIP 관람객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하지만 이 열기는 어디까지나 ‘프리즈서울’의 첫날 풍경이다. ‘키아프서울’의 사정은 달랐다는 얘기다. 발 디딜 틈 없이 장터를 방불케 한 프리즈와 달리 키아프는 여유로움마저 감도는 산책로인 양 한산했다. 키아프 측은 “첫날 방문객 수가 작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전했으나, 이 ‘간극의 풍경’은 VIP를 초청한 첫날 내내 이어졌고, 둘째 날인 7일 오후 일반관람객이 들어서면서 차츰 극복되는 중이다.

사실 개막 직후는 프리즈조차 한적했다. 긴 줄이나 오픈런 등 요란한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고. 하지만 늦은 오후로 갈수록 몰려들었다. 그나마 주최 측의 ‘사전조치’ 결과가 이 정도였는데. 지난해 북새통을 경험한 이후 ‘대책’을 고안했던 거다. 관람객 방문시간을 별도로 지정하는 식으로. 하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단 얘기다.

지난 6일, 개막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프리즈 서울’ 입구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VIP에게 전시장을 먼저 공개한 이날, 지난해와 같이 긴 줄이 만들어지는 혼잡함은 덜했다(사진=이영훈 기자).


프리즈를 찾은 관람객은, 그 수에 비견될 만큼 ‘면면’도 화려했다. 1만명에 달하는 세계 VIP 컬렉터와 국내외 미술관계자를 대거 운집시켰는데, 정도련 홍콩M+ 뮤지엄 부관장, 토비아스 버거 홍콩 타이쿤미술관 관장, 구겐하임 빌바오 뮤지엄의 아트 패트론 그룹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박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으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다. 단출하게 인솔자 두 명만 대동한 채 프리즈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수많은 인파 속에 우연히 포착된 건데. 특정한 작품을 주의 깊게 살피기보단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둘러보던 홍 전 관장은, 간혹 마주친 미술계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프리즈가 좀처럼 대중에 섞이지 않았던 홍 전 관장까지 움직이게 했다는 소리다.

홍라희(왼쪽)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지난 6일 VIP 프리뷰로 개막한 ‘2023 프리즈서울’을 찾았다. 전시장을 빠르게 둘러보던 홍 전 관장이 우연히 마주친 해외 미술계 관계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해만 못해”…70억원 ‘호박’ 판매로 스타트

서울에서 두 번째 아트페어를 펼친 프리즈에는 세계 정상급 갤러리 120여개가 참여했다. 지난해보다 10여개가 늘어난 수다. 키아프는 지난해 양재동 세텍으로 분산했던 키아프플러스 섹션까지 합류시켜 50여개가 늘어난 210개 갤러리를 집결시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6일 개막한 ‘키아프서울’ 전경. 한 관람객이 화이트스톤 부수 앞을 지나며 세바스찬 쇼메톤의 ‘뭐가 포인트인가?’(What’s the Point?·2023)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그럼에도 “지난해만큼은 아니다”라는 소리가 현장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출품작 전반에서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는 건데. 당장 프리즈에서 기대할 만한, 수백억원대를 부르는 ‘초특급’ 작품이 올해는 사라졌다. 판매 역시 “예전만은 못하다”들 했다. 한 갤러리스트는 “작품을 살 만한 사람이 방문하는 첫날에 가장 판매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털어놨다.

어쨌든 팔릴 작품은 팔리는 모양이다. 프리즈에선 개막과 동시에 수십억원대 작품들이 앞다퉈 ‘빨간딱지’를 붙였다. 미국 갤러리 데이비드즈워너는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2015)을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한국고객에게 팔았다”고 밝혔고, 이를 신호 삼아 ‘핑크팬더’를 그리는 캐서린 번하드의 회화 ‘박테리움 런’(Bacterium Run·2023)을 220만달러(약 30억원)에 팔았다. 로즈 와일리 회화도 25만달러(약 3억 3000만원)에 ‘품절’시켰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2015) 등 인기작가의 작품들이 걸린 데이비드즈워너 부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작품은 개막 첫날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팔렸다(사진=이영훈 기자).


하우저앤드워스는 지난해 제대로 알린 조지 콘도의 회화를 80만달러(약 10억 7000만원)에, 폴 매카시의 조각 ‘미니’(Mimi·2006∼2008)를 57만 5000달러(약 7억 7000만원)에 팔아치웠다. 프리즈에 나온 국내 갤러리의 선전도 들려왔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의 회화를 49만달러(약 6억 5000만원), 하종현의 회화를 22만 3000∼26만 8000달러(약 3억∼3억 5000만원)에 팔았고, 이성자 작가로 단독부스를 꾸린 갤러리현대는 최대 45만달러(약 7억원)에 달하는 작품 여럿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조지 콘도, 폴 매카시 등 인기작가의 작품을 건 하워즈앤드워스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뜨겁게 갤러리 부수 중 하나다. 왼쪽으로 폴 매카시의 조각 ‘미니’(Mimi·2006∼2008)가 보인다. 작품은 개막 첫날 57만 5000달러(약 7억 7000만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키아프 쪽에선 국내 인기작가의 작품들이 먼저 판매소식을 알렸다. 가나아트는 박서보의 회화를 2점 팔았고, 학고재갤러리는 정영주, 갤러리나우는 고상우, 갤러리그림손은 채성필의 회화들로 첫날 기록을 썼다.

◇왕서방 컬렉터 대거 입국…곳곳에서 들리는 중국어

결정적으로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면 장내 곳곳에서 들리는 ‘중국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입국이 막힌 중국인 관람객이 대거 입국하면서다. 한 갤러리 대표는 “중국인 큰손 컬렉터의 지갑도 기대하지만, 그들이 어떤 작품에 관심을 갖는지 유심히 살피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2023 키아프서울’ 전경. 갤러리현대는 영국 작가 라이언 갠더의 솔로전 ‘선택의 기원’(The Origins of Choice)으로만 부스를 꾸렸다. 설치작품 ‘처음에는’(In The Beginning·2023) 곁에 작가 라이언 갠더가 앉았다. 작가는 수억원대 하늘색 포르쉐 전기차를 들이고 보닛 위에 움직이는 작은 벌레를 올려놓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걸작’으로 구성하는 ‘프리즈 마스터즈’는 올해도 화제다. 안드레아 바카로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1620s)를 비롯해, 샤갈, 르누아르, 루치오 폰타나,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을 내놓은 로빌란트보에나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그중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뜨겁게 받고 있는 제프 쿤스의 폭 3m 대형조각 ‘게이징 볼’(Gazing Ball·2013)은 360만달러(약 48억 6000만원)을 걸고 컬렉터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즈서울’은 9일까지, ‘키아프서울’은 10일까지 대한민국 최대 미술장터를 이어간다.

‘2023 프리즈서울’ 전경.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 중 로빌란트보에나 부스에 세운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Gazing Ball·2013)은 오가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작품 중 하나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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