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녹십자(006280)가 천연물신약 4호 `신바로`의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국내제약사들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기존에 환자들이 복용해왔던 생약·한방제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가 적고 화학의약품보다 개발이 쉽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에게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천연물신약이 장밋빛 비전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48개 천연물신약 추진..성공사례 있고 임상 수월
녹십자는 지난 25일 식약청으로부터 천연물신약 `신바로`의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신바로는 자생한방병원의 척추질환 치료제 `추나약물`의 추출물로 개발한 약물로 최초의 한방병원과 제약사의 합작품이다. 신바로는 또 구주제약의 `아피톡신주사`, 동아제약의 `스티렌`, SK케미칼의 `조인스정`에 이은 천연물신약 4호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신바로가 성공적인 천연물신약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초창기 천연물신약인 아피톡신을 제외한 스티렌과 조인스는 각각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하며 국내사들의 천연물신약 개발 모델로 자리잡았다. 이중 쑥을 원료로 한 스티렌은 연간 800억원대의 처방실적으로 국내사가 개발한 전문약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생약·한약제제를 이용, 일정한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거치면 스티렌과 같은 대형제품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제약사들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한약재 등으로 이용하면서 임상적 사용근거가 많다는 국내 실정상 천연물신약 개발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지금까지 총 48개의 천연물 의약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했거나 실시하고 있다. 성분별로는 은행엽, 인삼, 옻나무, 구기자, 산수유, 흑미 등 다양한 물질을 이용하고 있다. `제2의 스티렌` 개발을 위한 제약사들의 물밑작업이 치열하게 전개중인 셈이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는 "생약이나 한약제제를 규격화하고 임상적 검증을 통해 기본적인 효능만 검증된다면 천연물신약은 충분히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성공엔 아직 갸웃..`약효 입증 난제 극복, 국제규격화 필요`
생약·한약제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우선 천연물신약의 특성상 다른 화학의약품보다 뛰어난 약효를 입증한다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구성성분이 어떠한 약물기전으로 약효로 이어지는지를 규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를 받고 시장에서 성공하더라도 개발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 국제 규격에 맞추지 않는다면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가공해 만든 `아스피린`처럼 오랫동안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생약제제의 의약품 규격화 작업에 그치지 않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 건강식품이나 한약재로 소비자들이 복용하는 제품을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해줌으로써 건강보험재정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있다.
국내사 한 개발담당 임원은 "단지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천연물신약은 해외에서는 건강식품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들에게 진정한 혜택을 제공하려면 개발단계부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천연물신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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