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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도 안하는데 살 게 있나요"…잠잠히 지나간 中쇼핑축제

신정은 기자I 2022.06.19 16:11:41

[신정은의 중국은 지금] 618 쇼핑 축제 광클릭 분위기 못느껴
코로나 직격탄…"수입 줄고 고용 압박 커"
中청년 실업률 18.4% 역대 최고치
"정부 대책 인프라에 집중…소비 확대해야"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618 쇼핑 축제에 온라인으로 생활 필수품 몇가지만 구매했어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 어려워지니 딱히 살 것도 없었어요.”

중국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인 ‘618 쇼핑 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현장에서는 예전 같은 쇼핑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베이징에 거주 중인 펑 모씨는 “이달 초 쇼핑하러 갔다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축제 기간 집에서 격리하게 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택배가 쌓여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19일 정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왜 618에 다들 미친듯 ‘둬서우’(손을 자르고 싶을 많은 쇼핑에 돈을 많이 쓴다는 의미) 하지 않았나’는 실시간 검색어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618에 소비가 회복하고 업그레이드 했다”고 평가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그 분위기가 예전만큼은 못했던 것이다. 중국신문망은 그 이유로 △올해 618의 할인율이 크지 않았고, △물류난으로 인한 배송 불확실성이 커졌고, △일부 상품이 가격을 올린 후 할인하는 식의 눈속임을 하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비 석달째 마이너스

618 쇼핑축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이 창사 기념일을 맞아 2010년부터 시작한 행사로 지금은 거의 모든 유통 업체가 참가해 11월11일 광군제(솽스이)와 함께 중요한 쇼핑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징둥닷컴은 5월31일 저녁 8시(현지시간)부터 6월18일 저녁 11시59분까지 3793억위안(약 73조)의 매출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6월1~18일) 매출인 2692억위안보다 늘어난 것으로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긴 했지만 작년보다 4시간 더 일찍 행사를 시작해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6982억 위안의 매출을 올린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브랜드는 실적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중국 내 소비는 연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과 베이징동계올림픽 열기 등으로 회복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소매판매 지표는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선전을 봉쇄한 3월부터 석달째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상하이 봉쇄가 한참인 지난 4월에는 소매판매가 마이너스(-)11.1%로 떨어져 우한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2020년 3월(-15.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소비 부진은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소비 회복이 느려지면 경제 성장 자체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장이핑 자오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소비 진작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급격한 반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람들의 수입이 줄어들고 고용에 대한 압박이 매우 심하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률 18.4% 역대 최고치

고용 부진도 큰 문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도시 청년(16~24세) 실업률은 18.4%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중국이 매월 데이터를 처음 발표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월 도시 실업률은 5.9%로 4월(6.1%)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올해 정부의 목표인 5.5%보다 여전히 높다.

1일 봉쇄 해제 된 상하이의 황푸강 인근 모습. 사진=AFP
중국 정부는 중소기업의 직원 의료보험료 납부를 3개월간 유예해주고, 농촌 지역 사회에 창업하는 대졸자에 세금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며 특단의 조치를 꺼낸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빅테크(거대 정부기술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도 낮추고 있다. 지속적인 규제로 타격을 받은 빅테크들이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는 등 중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올해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름 대졸 예정자는 1076만명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167만명이 늘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5일 리커창 총리 주재 상무회의에서 ‘소비와 취업’ 두 가지를 촉진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난관이 실업률과 소비 부진이라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 등 부양책을 꺼내 들면서 생산 및 제조업 지표는 어느 정도 개선됐다. 하지만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실업자가 계속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긴 어려워진다. 중국은 올해 5.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미 요원해지고 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금융학과 교수는 “중국의 정부 대책 대부분이 인프라 사업과 같은 공급 쪽에 집중돼 있고 서민을 위한 대책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중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프라가 아니라 더 많은 소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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