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는 지난 5일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선거운동에 나선 이 후보의 사진을 바탕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흐른다.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는 등의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친문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이게 딥페이크 아니면 뭐냐”, “사자 명예훼손이다”, “선을 넘었다”, “이젠 하다 하다 노 전 대통령 가짜 육상갖고 장난질하네. 너희가 욕하던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랑 다를 게 뭐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음성이 아닌 성대모사나 AI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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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발끈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고 김대중 대통령 사칭 영상 삭제한 민주당, 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하 의원은 “민주당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칭 영상도 삭제했다”며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들의 목소리를 조작해 이재명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역풍이 불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들은 국민 통합의 상징인 분들이다. 공과나 생전 지지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민들에게 존중받으셔야 한다”며 “그런데 전직 대통령의 목소리까지 조작해 대선에 이용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역행하고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재발방지 약속하고 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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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델리민주에 올라온 ‘노무현의 편지’ 영상에 일베 마크로 추정되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민주당은 내부에 진짜 프락치가 있는 건 아닐지 잘 살펴보셔야 할 것 같다. 저희가 피드백 드리고 나서야 영상을 내리시는 걸 보면 자정작용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 듯한데, 정말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박 보좌역이 이러한 글과 함께 올린 이미지에는 영상 속 노무현재단 명칭 중 ‘사람사는세상’에서 ‘세’가 원래 로고랑 다른 모양인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는 “노 전 대통령 영상은 민주당과 선대위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며, 지지자가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대위는 “이 영상을 어제 델리민주에 게시했고, 지적이 있어 영상을 델리민주에서 내렸다”며 “송영길 대표는 해당 본부에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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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참배 전 노 전 대통령의 연대기를 들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보는 등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묘소로 다가간 그는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숙인 뒤 흐느껴 울었다.
참배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친 이 후보는 이후 연설에서 “이곳을 보면 언제나 그 참혹했던 순간을 잊어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