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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生과 死)②패니·프래디 "일부는 정부가 자초한 불"

양미영 기자I 2008.10.22 11:06:52

모기지 신용손실 `눈덩이`..태생부터 한계 `지적`
美 정부가 리스크 부추겨..CEO오판도 한몫
찜찜한 정부구원..주택시장에 생명줄 달려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그랬다. 그들의 몰락에는 스스로의 독단 외에도 `돈 없는 대출자의 꿈을 이루게 하라`는 정부의 강압과 돈을 불려달라고 아우성치는 투자자, 우리도 대출 좀 해달라는 신용도 낮은 고객들까지 온갖 이해가 점철돼 있었다.
 
패니메이와 프래디맥은 최근 숨가쁘게 벌어진 신용위기 제2막을 연 사실상의 장본인이다.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대형 금융기관의 도산은 잠잠한 듯 했지만 그 사이에도 위기의 싹은 빠르게 움텄다.

금융기관들은 그럭저럭 신용위기를 이겨내가고 있었지만 사실상 신용관련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한가운데 패니메이와 프래디맥 역시 있었다.

신용위기가 주택시장으로부터 파생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 보증성격의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위기도 거를 수는 없는 결과였다.

패니메이는 정부의 구원의 손길을 받기전 1분기 적자로 전환했고 프래디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무너질 때부너 그들의 운명의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갔다. 정부가 긴급 구제책을 결정했던 `9월`이라는 시기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 신용손실 눈덩이..적자전환의 온상

두 기업이 국유화되기 바로 한달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만 해도 증시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국유화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자본조달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 출처:Keefe, Bruyette & Woods
그러나 상황은 달랐다. 두 기업을 시작으로 금융기관들의 도산과 자본조달에 합종연횡이 잇따른 것은 물론 곪았던 상처가 한꺼번에 터진 것과 같았다.

패니메이는 지난 5월 1분기 적자를 만천하에 고했다. 강한 매출 성장을 보였지만 신용 손실과 보유 중인 유가증권들에 크게 난 흠집이 문제였다.

2007년부터 패니메이 실적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첫 손실을 기록한 지난 1분기 실적도 마찬가지였다. 순이자수익과 수수료가 20% 이상 급증했지만 신용관련 지출이 전체 매출의 85.9%를 차지하면서 신용 리스크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에도 주택시장은 계속 가라앉고 있었고 집값은 20% 이상 떨어졌다. 이들이 떠안고 있는 보증사업의 손실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사들은 기회가 위기를 제어해줄 것으로 믿었고 결과는 정반대였다.

프레디맥 역시 올 1분기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한다. 예상치보다는 괜찮은 성적이었지만 심각한 결함을 내포하긴 마찬가지였다. 프레디맥의 파생상품 손실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패니매가 주당 3달러에 근접한 반면, 프레디는 25센트 정도 손실에 불과했다. 그러나 프레디맥도 신용손실이 막대하게 늘어나 있었다. 4분기 보증대출의 5.4bp(=0.054%포인트)에 불과하던 신용손실은 11.6bp까지 두배이상 증가했다.

두 기업의 가장 큰 위협은 그들이 쌓아놓은 레버리지다. 둘 모두 미국 모기지 분야에서 최상의 신용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2003년~2007년 모기지 대출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미국의 빠른 주택시장 침체로 모든 모기지 포트폴리오에서 신용손실이 전례없던 수준까지 급증하며 두 배를 한꺼번에 침몰시켰다.

◇ 도대체 어떤 구조길래..태생부터 위기 잉태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는 `정부보증기업(GSE)`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액면상 두 모기지업체가 발행하거나 보증을 서는 채권은 모두 미국 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완전한 정부 보증기업이라기보다는 미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혜택을 입고 있는 민간회사로 보는 것이 맞다.

▲ 출처:소시에떼제네럴

그러나 둘 모두 미국 정부가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기업임에는 확실하다. 미국 모기지 부채의 근 절반이 이들 두 기업에 의해 보증되거나 보유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용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두 기업의 역할은 모기지 매커니즘을 떠받치는 것으로 실로 중대했다. 두 기업이 파산할 경우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두 기업의 채권들도 고스란히 리스크를 떠안게 되거나 유동화가 힘들어지게 됨을 의미했다. 

정부의 구제금융에 앞서 이들 두 기업은 3월에 200억 달러의 자본조달에 일단 성공한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납세자들은 그 의미를 몰랐다. 이들이 채권을 발행하게되면 그만큼 금리는 높아지고 달러값은 떨어져 결국 정부로서도 부담해야 할 이자나 재정적자 부담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 출처:소시에떼제네럴

게다가 두 기업 모두 태생부터 한계를 내포했다. 이미 2002~2003년에도 정부보증모기지업체에서 작은 위기는 몇차례 나타났지만 응집력있는 정책은 없었다. 또한 세계2차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나타난 주택시장 하강 흐름에서 두 모기지업체의 자본 구조는 단 한번도 시험받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되고 만다.
 
◇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모기지장려..CEO 오판이 `결정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인들이 주택대출을 싸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다. 대출자나 은행들로부터 모기지를 사들여 보유하거나 월가에 되파는 방식이었다. 어찌보면 집 없는 서민들의 꿈을 이뤄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메커니즘은 은행들의 대출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는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이 잠재적인 위험을 떠안도록 유도했다. 패니메이의 경우 2004년 새로 부임한 다니엘 머드 사장이 그 중심에 있다. 주택시장이 활발했던 당시 미국 의회 의원들은 패니메이가 저소득자에게도 대출하도록 독려했고, 대출자들의 요구도 거셌다.
 
머드는 정부에 너무 충성스러운 선택을 한 나머지 빌려준 돈을 결국 떼일 것이라는 관리자들의 경고를 한 귀로 흘러버렸다. 

패니메이의 경우 2005~2008년 사이 직전 연도들보다 3배나 많은 2700억 달러의 각종 부채들을 보증하거나 사들였다. 패니메이 대출담당 이사였던 마크 고트는 "당시 우리는 무엇을 사고 있는지 몰랐다"며 "회사는 플레이 바닐라 론(단순한 대출)을 사들이는 시스템이었지만, 우리는 회사에 초콜릿 선디를 계속 주입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특히 대출 보증 시스템을 위해 이들이 구축해 놓은 광범위한 프로그램과 수학적 공식들은 오히려 이들의 자만심을 키웠다. 2000년 패니메이는 2조 달러의 엄청난 저소득층 대출을 사들이기로 결정했고, 엄청난 수수료 수익를 챙겼다. 경쟁사들은 이들을 통제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집을 보유하려는 미국인들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된다며 대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미 전방위적으로 사들인 대출들의 위험도는 이들의 능력 밖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패니메이의 수용가능한 주택 목표를 되려 화끈하게 늘려줬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개월전부터 머드 사장 주변의 관리자들은 시장 자체가 너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같은 경고들은 일찌감치 퇴짜를 맞았다.
 
◇ 절대 죽게 놔두지 않는다.."정부 구원 확신"

두 업체의 운명은 GSE 채권들의 운명과 직결된다. 구제 결정 당시 금융시장의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5조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포함, 7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보증업체(GSE) 채권에 투자하고 있었다. 



미국 상업은행을 포함한 대형 기관들이 보유한 GSE관련 채권 규모는 1조달러에 달했고, 퇴직연기금과 보험사, 미국 주택구입자와 브로커딜러까지 투자 계층은 다양했다. 은행들의 GSE익스포저가 1조달러에 달한다는 것은 두 기업의 부도시 발생할 수 있는 파급력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수준임을 의미한다.

7~8년전 패니메이가 잘나갔을 무렵 미국내 모기지의 40%를 사들이던 시기도 있었다. 2007월6월 당시 미국 외의 외국계 기관들의 익스포저 규모도 1조5000억 달러로 상당했다. 이 가운데는 미국 국채를 거머쥐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이 두 업체의 채권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는 않았던 셈이다.

◇모럴해저드 비판 안고 다시 시작

결국 불은 진화됐지만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패니메이와 프래디맥 구제 당시 몇주전부터 모기지 금리가 급등했지만 사실상 두 업체 구제에 따른 직접적인 부산물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주택시장 불안과 함께 정부보증업체(GSE) 신용 자체에 대한 불안이 이어졌다.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정부와 이들이 스스로 화를 자초한 면도 컸다.
 
 

그렇다면 왜 하필 9월이었을까.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붕괴에 즉각적인 예금인출과 같은 펀더멘털적인 트리거는 없었다. 펀더멘털은 지속적으로 훼손돼 왔고 주가 하락 역시 부정적인 전망을 감지할 단순한 신호에 불과했다. 다만, 공포와 엄청난 매도로 인해 급락한 주가에 떠밀려 정부도 급하게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향후 이어진 위기를 막는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구원이 어떤 회사도 부실대출로부터 살아남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시장의 `히스테리`를 가속화시켰다. 수주뒤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AIG가 차례로 무너졌다.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이 발표된 후 패니메이와 프래디맥 역시 부실자산 매각 여부를 물색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두 기업자산의 2~4% 가량이 부실자산으로 매각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2~3년내 패니메이와 프래디맥이 흑자전환이 기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주택시장의 향방에 달려 있고 최근 미국 당국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법적 조사 이후에는 지배구조 등이 바뀔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재 패니메이의 전직 CEO들은 수백만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유유자적하거나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 지어놓은 별장을 넘나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만, 가장 최근에 사임한 패니메이의 CEO 머드는 주가급락으로 수백만달러를 허공에 날리는 대가(?)를 치렀다. 그는 최근도 잡(Job) 인터뷰를 위해 뉴욕 거리를 배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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