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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지난달 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CV-01’을 임상 1상 중 5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기술이전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 기관들이 기록한 기술이전 계약 규모로는 역대 최고다. 연구 인력이 10명 남짓한 초소형 바이오벤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라는 평가다.
◇초소형 벤처의 초대형 빅딜 배경은
작은 바이오벤처가 이처럼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던 배경은 10년을 공들여 개발한 후보물질 경쟁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CV-01은 ‘저분자’(Small molecule) 경구용 약물이다.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된 항체 치료제보다 분자 크기가 훨씬 작아 BBB(뇌혈관장벽)를 통과하기 용이하다. 무엇보다 주사제보다 복용 편의성이 높은 먹는 약이라는 점도 차별점이다.
CV-01은 KEAP1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타깃해 NRF2를 활성화시켜 뇌 염증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는다. NRF2는 몸 속에 원래 있는 인자로, 뇌 염증을 포함한 만성 염증 조절과 산화성 스트레스 억제, 신경세포 보호 등 역할을 한다. 보통 치매 증상은 뇌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NRF2를 활성화하는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최근 승인된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은 환자들에게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지만, 아직까진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 증상(ARIA)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부종이나 뇌 삼출, 미세 출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한다고 해서 환자의 인지 기능을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조 대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없어져도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는 30%에 그치며, 그 중에서도 30%는 부작용 이슈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근원적 치료제가 개발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학계 트렌드다. 우리 약물은 우리 몸을 스스로 보호하는 기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약물들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CV-01의 경쟁력은 KEAP1 내에 있는 아미노산인 시스테인151(Cysteine151ㆍCys151)에만 선택적으로 바인딩한다는 것이다. KEAP1에는 시스테인151외에도 다양한 단백질이 있는데, 만약 약물이 몸 안에서 다른 단백질과도 반응할 경우 독성 단백질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하나의 단백질과만 공유 결합을 하는 특징은 약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V-01의 또 다른 강점은 ‘장기지속’이 가능하단 것이다. 약물이 몸 안에서 여러 개의 C151과 붙고, 떨어지고를 반복해 NFR2를 계속해서 활성화 시키는 이른바 ‘가역적 공유결합’을 한다. 이 때문에 몸 안에서 오랜 기간 효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현존하는 KEAP1-NRF2 타깃 약물들의 경우, KEAP1의 시스테인151 외 다른 시스테인에도 붙는다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특징은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CV-01은 알츠하이머병 예방 가능성도 있다. 회사는 이와 관련해 CV-01 초기 투여시,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을 억제하는 효능을 동물시험에서 확인했다.
조 대표는 “우리 약물은 치매 고위험군 환자에게 치매 판정을 받기 전부터 예방용으로 복용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다”며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최대 10개월 가량 일찍 약물을 투여했더니 실제 치매가 걸리는 기간을 더 늦추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년 내 기업공개 추진”
큐어버스는 또 다른 대규모 기술이전을 딜을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파이프라인인 ‘CV-02’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신청을 할 계획이다.
CV-02는 기존 치료제들과 마찬가지로 혈액 내 면역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S1P1’ 단백질을 타깃한다. 큐어버스는 사람 심장 조직을 이용한 심장계 부작용 극복 시험 결과, 다국적 회사의 경쟁 약물 대비 부작용이 100분의 1 수준임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이르면 3년 안에 기업상장(IPO)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빅파마 약물보다 10배 정도 안전하고 더 효능이 좋은 글로벌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큐어버스는 현재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딜이 클로징될 전망이다. 투자 유치가 예정되로 마무리 된다면 큐어버스의 누적 투자금은 약 34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