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대한비만학회(회장 강재헌, 이사장 이창범)의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체중이 3kg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국민들의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에 대한 인식 수준을 파악해 향후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본 조사는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코로나19 발생 이전(2020년 1월 기준)과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현재(2021년 3월 기준)의 운동량, 식사량, 영상 시청 시간 등을 비교하고, 체중 감량 방법, 평소 비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 등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응답자 중 46%가 3kg 이상 증가한 ‘확찐자’… 여성 30대 2명 중 1명은 몸무게 늘어
이번 설문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 10명 중 4명(46%)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몸무게가 3kg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몸무게 변화를 묻는 질문에 ‘몸무게가 늘었다(3kg 이상)’고 선택한 비율은 남성(42%)보다 여성(51%)이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30대(53%)가 가장 높고, 40대(50%), 20대(48%), 50대(36%)가 뒤를 이었다.
체중이 증가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주요한 체중 증가 요인으로는 일상생활 활동량 감소(56%)가 가장 높은 비중으로 꼽혔고, 다음으로 운동 감소(31%), 식이 변화(9%)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 속 거리두기 및 외부 활동 자제로 인한 국민들의 활동량 감소가 주요한 체중 증가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집콕’ 생활 장기화 영향… 운동량은 줄고, 영상 시청 늘어
코로나19가 지속 진행 중인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운동량은 감소하고, 영상 시청 시간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제로도 일상생활 활동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운동량을 묻는 질문에서 ‘주 3~4회 운동’(28%→15%), ‘주 5회 이상 운동’(15%→9%)은 감소한 반면, ‘거의 운동을 하지 않음’(18%→32%)을 택한 응답자는 14%가량 큰 폭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대비 국민들의 운동 빈도와 운동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가 국민들의 운동 양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운동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들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튜브 영상 또는 모바일 운동 App 등을 이용한 비대면 코칭 운동’을 한다고 답한 비율이 3배 이상 늘어나(6%→20%), 일명 ‘홈트족(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재 홈트족 2명 중 1명(54%)은 오히려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 홈트를 함에도 불구하고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코로나19 속 전반적인 일일 TV 또는 영상 시청 시간은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1~2시간 영상 시청하는 응답자(42%)가 가장 많았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영상을 3~6시간 시청하는 비율(45%)이 가장 많았다. 또한, 영상을 7시간에서 9시간 사이로 시청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4%에서 12%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 강재헌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중심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홈트족은 증가했으나 운동량이나 에너지 소모량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기분 좋게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 및 근력 운동을 하루 30분에서 1시간, 주 5회 이상 운동하는 것이 체중 관리 및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만 질환 인식 및 치료법에 대한 이해도 낮아
비만은 단순히 비만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암, 고혈압, 제2 형 당뇨병,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체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만에 대한 이해도 및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54%)은 비만의 기준(25kg/m2 이상) 조차도 알지 못했으며, 비만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특히 비만을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9%에 달했다. 반면, 응답자 대다수(76%)가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해, 비만을 스스로 관리하면 해결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비만학회 이창범 이사장은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진 틈을 타 비만 환자들의 생활습관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며, “비만 환자들의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약물치료를 더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목표 체중으로의 감량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으로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적 약물치료 체중감량에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중단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시도했거나 실행하고 있는 체중 감량 방법으로 운동(71%), 식사량 줄임 또는 식단 조절(66%)을 택했다. 이 외에 결식(28%),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섭취(22%), 원푸드 다이어트(10%), 단식(9%), 한약 복용 (9%), 의사 처방을 받아 약 복용(7%), 의사 처방 없이 약 복용(3%)이 뒤를 이었다.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절반(54%)은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중 35%는 체중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가장 많이 효과를 본 감량 범위는 ‘1% 이상 5% 미만’(47%)이었고, 5% 이상 감량한 경우는 18%에 그쳤다.
반면, 의사 처방을 통해 약을 복용한다고 답한 대부분의 응답자(96%)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10명 중 4명(38%)은 체중의 ‘5% 이상 10% 미만’을 감량했으며, ‘10% 이상 20% 미만’ 감량한 응답자도 23%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높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복용자 중 11%만이 처방을 유지, 10명 중 9명은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단 이유로는 ‘비용 부담으로 중단’(29%)한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부작용이 생겨서(27%), 효과가 없어서(23%), 병원 방문이 귀찮아서(15%) 등이 꼽혔다. 특히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한 사람들의 대부분(67%)은 5% 이상 체중 감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중단했으며, 치료 기간도 3개월 미만(6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비만학회 이재혁 언론-홍보위원회 이사는 “비만은 다양한 질병을 동반하는 만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6개월 이상 체계적인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비만 치료는 비만 수술만이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는 지속적인 영양 및 운동 상담, 약물 치료 등의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관련 치료의 급여화가 하루속히 진행돼 환자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