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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24일 총회서 구자열 회장 선임 의결
21일 업계에 따르면 무역협회 회장단은 오는 24일 정기총회를 열고 구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앞서 무역협회 회장단은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구 회장의 회장 추대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이 향후 3년 간 국내 무역업계를 이끌게 된다. 특히 구 회장이 선임되면 부자가 대를 이어 무역협회장을 맡게 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과거 22·23대 무역협회장을 지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간 무역협회장은 ‘장관급’ 관료 출신 인사들이 맡아왔다. 김영주 현 무역협회장도 2007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2006년 이후 이희범, 사공일, 한덕수 등 전 회장들은 모두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구 회장이 무역협회장으로 선임되면 2006년 김재철 회장(동원그룹)이 물러난 이후 약 15년 만에 재계 출신 인사가 무역협회를 이끌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무역협회장 등으로 구 회장이 자주 거론되는 등 움직임이 보였다”며 “재계를 꿰뚫고 있는데다, 추진력이 강한 만큼 구 회장이 선임되면 코로나19 속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내 무역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회장단도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회장단 중 한 명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구 회장은 일찍이 디지털 혁신과 기업 체질 강화를 강조하면서 무역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면서 “다양한 공공분야 활동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무역업계의 애로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민관 가교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도 “구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환경에 우리 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실물경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분”이라며 “LS그룹을 2013년부터 이끌면서 내수에서 수출중심으로 사업체질을 개선해 재계 16위로 성장시킨 리더십으로 무역업계가 당면한 현안들을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과감한 추진력·민간 외교관 역할도… 재계 ‘기대감’
구 회장은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 상사)에 입사, 뉴욕지사와 싱가포르 주재 동남아지역 본부장 등을 역임하였고, 1995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임원으로 일하는 등 국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해외 무역·금융 전문가다.
더불어 강한 추진력과 현장형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해외 근무 경험으로 영어와 일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 영문명도 ‘크리스토퍼 구’(Christopher Koo)로 사용할 정도다. 구 회장은 스스로를 ‘야전사령관’형 경영자로 칭한다. 2009년 LS전선 회장으로 재직 당시, 진도~제주구간 105km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한 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 회장은 당시 사업 수주가 결정되기 전에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1년이나 앞선 2008년 초 동해공장 착공에 돌입, 결국 수주에 성공했다.
구 회장에겐 ‘재계 마당발’이라는 별칭도 있다. 2013년 LS그룹 회장직을 맡은 구 회장은 대통령 경제사절단, 국내외 사업장, 해외 전시 등 현장을 직접 활보했다. 특히 대통령 경제사절단 참가 시엔 상대적으로 연배가 낮은 재계 회장들을 챙기는 등 재계 맏형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불어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전직 외교관, 경제인, 학자 등 일본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일 비전 포럼’에 경제분야 전문가로 참여, 매월 2회씩 회의를 갖는 등 민간 외교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구 회장은 정부를 향해 다양한 목소리를 꾸준히 전달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2010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에 각종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언과 규제철폐 등 건의활동을 해 왔다. 2014년부터 제17대, 제18대 한국발명진흥회장 연임, 2015년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정책 심의기구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2018년에 재선임돼 특허기술 사업화를 강화하는 등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이 이번에 무역협회장으로 나선 것은 선친에 이어 국내 경제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는 과거 관료 출신 회장들이 이끌었던 무역협회에 비해 구 회장의 무역협회는 보다 기업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이고, 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에서 보여줬던 구 회장의 강한 추진력과 현장 중시형 경영 철학들이 무역협회라는 경제단체를 통해 어떤 식으로 발현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