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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전주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평가결과를 뒤집으면서 전북교육청이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부동의 결정은 실망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던져줬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교육계는 이러한 갈등이 고교무상교육, 누리과정 등 향후 시도교육청의 협력이 필요한 교육정책에서 엇박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전북교육청 “교육개혁 입에 담지 말라”
전북교육청은 지난 26일 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상산고 평가결과를 교육부가 뒤집자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입에 담지 말라”며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전북교육청의 불만은 교육부가 상산고 평가결과를 “위법하다”고 지적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교육부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이 법령 상 상산고의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이를 강요, 점수를 대폭 삭감한 전북교육청의 평가를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 주기로 평가를 받아 재지정을 받는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평가권은 인정했지만,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평가기준에 대해선 권한을 넘어섰다며 제동을 걸었다.
문제는 향후 시도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한 교육정책에서 엇박자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어서 이런 우려가 커진다. 당장 올해 2학기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고교무상교육이 대표적이다. 고등학생의 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지원비를 모두 지원하는 고교무상교육에서 시도교육감의 협력은 필수다. 특히 올해는 국회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재량으로 관련 조례를 정한 뒤 필요 예산 3856억원을 추경으로 투입해야 한다.
◇ 고교무상교육 등 교육정책에 ‘불똥’ 우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조는 교육부나 전북교육청이 같다”며 “상산고 평가결과에 대한 부동의 결정은 평가지표 등 절차적 문제에 대해 위법을 밝힌 것으로 전북교육청과 반대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 결정이 나온 직후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며 “향후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 법적 대응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상산고 평가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권한의 범위를 놓고 행정기관 간 다툼이 발생할 때 헌재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한편 상산고를 구제한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을 정치적 고려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교육부가 정치권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 실제로 상산고가 있는 전북 전주 을이 지역구인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1명은 최근 상산고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말라는 요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여당에서는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앞장서 상산고 탈락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교육부는 이런 지적을 일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산고 지정취소 평가 결과는 워낙 논란이 큰 사안이라 정치적 고려를 모두 제외하고 심의했다”며 “평가지표만 놓고 적절성이나 공정성을 검토한 뒤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