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별 상임위 단계에서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법안들을 여야 지도부가 ‘빅딜’해 처리하는 것은 위법할 뿐 아니라 국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사법고시 폐지와 상고법원 설치, 형법 전면개정 등 현안 문제에서는 원칙과 절차를 강조하면서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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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들 중에 부처 간·상임위 간 입장이 부딪힌다든지, 기존 법률체계와 어긋나거나 국민 개개인에게 재정적 부담과 형사적 처벌을 가중하는 법안들은 법사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양원제를 택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불가피하게 법사위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하고, 맡게 된다면 기능을 더 확충하고 충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월권을 논하기에는 그런 것조차 하기에는 법사위의 인적·물적 여건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여야 8명씩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법사위는 산하 4개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특히 법사위 고유 법안을 다루는 법안1소위와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살피는 법안2소위는 각 8명으로 이뤄졌는데 구성원이 대동소이해 업무가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사위는 권력기관을 상대로 의정활동을 해 지역에 별다른 이점이 없는 데다 업무가 과중해 의원들이 법사위에 오는 것을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법사위 월권 논란을 제기하기에 앞서 개별 의원실에서 법률안을 발의할 때, 국회 사무처에서 법률안을 검토할 때, 각 상임위에서 법안심사를 할 때 좀 더 충실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직권상정, 국회를 거수기로 생각하는 것”
이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여야가 예산안과 함께 쟁점법안들을 맞교환해 직권상정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매우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법정처리 시한에 맞춰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각 상임위에서 결론도 나지 않았고 법사위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은 법안들을 본회의 통과시킨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예산안 처리시한 날)새벽 1시에 여야 대표가 합의해 당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는데 상임위에서 통과된 게 아니라 쟁점법안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다. 국회는 벽돌 공장이 아니다”며 “여야 대표가 (빅딜에)합의해 처리를 했는데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국가공동체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률을 입법하는 데 있어 너무 몰상식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직권상정은 천재지변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만 할 수 있고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합의를 해야만 한다. 이후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두 차례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국회법도 지키고 법도 통과시킬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이는 국회를 거수기나 통과의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우리 당 일부는 저보고 너무 뻑뻑하다고 하는데 저보고 불법에 가담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우리 경제가 초유의 비상사태라며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노동 및 경제 관련 법안 직권상정 처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야당을 없애고 일당독재를 하든, 국회를 없애든, 청와대에서 혼자 하든지 하면 될 것”이라며 “직권상정을 하면 국가비상사태라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면 글로벌 자금이 다 빠져나가도 우리가 항변을 못하게 되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문 변호사 양성 위한 단계별 자격 시스템 도입해야”
이 위원장은 사법시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게 맞지만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다. 앞서 대법원은 법조인 양성에 관여하는 기관의 협의체를 제안했으며, 국회는 정부 부처와 관련 이해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이달 중순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국회 차원에서도 자문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는데 그 결과를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아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시가 존치되든 폐지되든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입학부터 졸업까지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하고 졸업 이후에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영국은 전문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굉장히 까다롭게 단계별 자격을 주고 있다. 우리도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로스쿨 야간제나 계절학기제를 활성화해 직업인들이 자기 직장경험을 살려 법률가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지금보다 더 취약계층 할당량을 늘리고 다양한 계층에서 입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서는 현재 양론이 팽팽하다며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관을 늘리는 것은 대법원이 반대하고 있어 하급심 충실화 등 여러 방안과 함께 종합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법률 소비자가 제때 판결을 받지 못하는 등 이익이 상당 부분 제약된 것은 틀림이 없다”며 “하지만 양론이 팽팽하게 나뉘어 있어 좀 더 논의를 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곧바로 묻기에는 너무 전문영역이라 적절한 상황은 아니고, 전문가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형법 전면개정과 관련해선 일반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더 보장하되 공직자 등 공적 인물에 대한 감시는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시민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 형사처벌의 잣대로 들이대는 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며 “공적 인물은 자유로운 여론의 시장에서 논박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광범위한 공적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일수록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제약하는 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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