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어서 '돈을 아끼지 않고 먹는 맛있는 생선'이라는 전어. 하지만 올해 전어가 풍어라 시세가 뚝 떨어졌다. 대신 '때'가 중요하다. 9월부터 10월, 그러니까 지금이 딱 제철이다. 서울 논현동 일식당 '나리스시(成壽司)' 이병락(50) 사장은 "9월 3일쯤부터 손님상에 전어를 내기 시작했는데, 8월 말까지는 이 맛이 안 나온다"고 했다. 오죽하면 '8월 전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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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는 4월부터 6월에 걸쳐 난류를 타고 북상해 강 하구에 알을 낳는다. 봄 전어는 그래서 맛이 가장 떨어진다. 6~9월 플랑크톤과 바닥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으면서 서서히 체력을 되찾는다. 9월에서 10월이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기름을 잔뜩 비축한다.
11월부터는 전어 가격이 떨어진다. 전어는 '뼈회(세코시·背越し)'로 즐길 때 풍미가 최고이므로, 뼈회가 불가능한 11월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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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락 사장도 "전어는 뼈회가 최고"라고 말한다. "우리는 정통 일식당이라 일본식으로 전어를 '3장 포뜨기' 한 다음 소금에 절여 촛물에 담갔다가 회와 초밥으로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어를 그렇게 드시는 한국 손님은 거의 없어요. 뼈회, 아니면 무침회로 드시죠."
시중 횟집에서는 뼈회를 뜰 때 뼈를 직각으로 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집은 비스듬히 썬다. 무침회에 초고추장보다 된장을 많이 쓴다. 비스듬히 잘라야 뼈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된장은 기름기를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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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는 10㎝부터 30㎝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15㎝가 뼈회로 먹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2년쯤 자라면 15㎝가 된다. 20㎝ 이상은 '떡전어'라고 하는데, 소금구이로 먹기 알맞다.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20㎝ 정도 크기 전어를 '고노시로'라고 합니다. 가장 쳐줍니다. 15㎝ 전후의 중간 크기는 '고하다', 10㎝ 정도면 '신고'라고 부른다"고 했다.
등쪽은 청색, 배쪽은 은백색이 선명하면서 둥그스름한 몸매에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싱싱한 전어라고 봐도 좋다. 살을 썰었을 때 단단하면서 발그스레 핑크빛이 돈다.
가을 전어에 풍부한 DHA와 EPA, 타우린은 열을 가하면 손상된다. 따라서 영양만 따진다면 회나 무침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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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기기에는 소금구이가 최고다. 집 나간 며느리 마음을 돌려놓는다는 전어 특유의 고소한 냄새는 전어를 구울 때 몸에 밴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는 것이다.
전어는 서해와 남해에서 다 나지만, 남해 특히 삼천포와 남해산을 최고로 친다. 전문가들은 "남해가 서해보다 물살이 세고 수온이 낮아서인지 육질이 더 탄탄하고 단맛이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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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는 양식산이 많았지만, 올해는 자연산이 양도 늘고 값도 싸졌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 그러나 업계관계자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양식을 쓰는 집도 적잖다"고 한다.
이병락 사장이 말하는 양식산 전어와 자연산 전어의 가장 큰 차이는 '꼬리 지느러미'. 양식산 전어는 꼬리가 깨져 있지만, 자연산은 온전하다. 양식산은 몸에 상처가 많지만, 자연산은 별로 없다는 차이도 있다. "양식 전어는 (좁은 양식장에 갇혀 사니까) 서로 부딪혀 지느러미가 깨져요. 자연산은 꼬랑지가 매끈해. 아무리 몰려다녀도, 그 넓은 바다에서 서로 부딪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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