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똘똘 뭉친 유럽 "우크라 지킨다"…美 "젤렌스키 교체해야"

방성훈 기자I 2025.03.03 16:17:18

유럽 ‘의지의 연합’ 천명…“우크라 군사 지원 계속”
별도 휴전안 마련해 美에 제시할 계획…"주도권 다툼"
美 “젤렌스키 정신차려야”…우크라 지도자 교체 압박
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준비” 뒷수습…사과는 없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이 똘똘 뭉쳐 우크라이나 지키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격렬한 공개 설전 끝에 파국으로 마무리되면서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별도의 휴전안을 마련해 미국에 제시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은 ‘지도자 교체’ 카드까지 꺼내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협정 서명 의사를 밝히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미국이 주도해 추진 중인 종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FP)


◇유럽 ‘의지의 연합’ 천명…“우크라 군사 지원 계속”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참사’로 끝난 백악관 정상회담과 관련,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모여 후속 대응을 논의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주요 정상들, 그리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이날 회담에 참석했다.

스타머 총리는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종식을 위한 모든 평화회담에 우크라이나의 참여를 보장하고, 평화협정 체결시 미래 러시아의 침략 억제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는 또 협정 수호를 위한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구성하고, 미국에 제시할 평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의지의 연합은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군사지원 동맹국들을 지칭한 표현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고, 유럽 주도로 별도의 휴전안을 마련해 미국에 제안하겠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영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공중, 해상,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1개월 간의 휴전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초기엔 지상전은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범위한 최전선 규모를 감안할 때 확인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러한 유럽의 대응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유럽 단일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美 “젤렌스키 정신차려야”…우크라 지도자 교체 압박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도자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우리와 협상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와도 협상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불분명하다. 그가 전쟁 종식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도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왈츠 보좌관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진심으로 평화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워싱턴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은 유럽이 주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광물협정을 체결하면 그 대가로 제한적이나마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AFP)


◇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준비”…뒤늦게 수습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날 런던 회담을 마친 뒤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으며,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 미국과 우리의 관계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와 관련해선 “관계 회복 측면에서 우리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시 초청이 이뤄지면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다. 대화를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하게 대화를 가질 자격이 있다. 나에겐 조국과 국민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3년 넘게 우크라이나가 겪어 온 고통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아울러 러시아와 즉각 휴전에 합의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실패가 될 것”이라며 미래 안보 보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싸움을 계속 원한다면 무의미해질 경제협정”이라며 평화협정이 우선 체결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젤렌스키, 트럼프에 '백기투항' 서한…"좋을 때 언제든지 서명" - 트럼프 "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준비 됐다고 서신 보내" - 우크라 무기 중단한 美에 충격받은 日…"남의 일 아니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