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말고 우리에게도 관심을”…범죄·참사 피해자들의 ‘눈물’

김형환 기자I 2025.01.30 09:06:27

尹 비상계엄, 모든 이슈 삼킨 ‘블랙홀’
‘일본도 살인’ 유족 호소…“억울함 알려달라”
‘대형 여객기 참사’에도 비교적 관심 떨어져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온 세상이 탄핵에 집중돼 있지만 기사 한 줄이라도 저희 가족 억울함을 좀 알려주세요.”

지난 21일 이른바 ‘일본도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한 결심 공판을 앞두고 피해자 아내는 이같이 호소했다.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아파트에서 백모(38)씨는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씨에게 80㎝ 가량의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했다. 사건 이후 6개월 만에 1심 결심공판이 열렸지만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기자들의 법원 출입이 제한되며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유가족이 관심을 호소한 것이다.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헌화하기 위해 국화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련의 사태들이 사회의 모든 관심을 집어삼키며 범죄나 참사 피해자들의 눈물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도 살인 사건 유족들은 가족사진까지 공개하며 관심을 호소했고 179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금방 꺼진 국민적 관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 심리로 열린 백씨의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단한다는 분명한 의식과 목적하에 살해행위를 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백씨는 2023년 10월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피해자 김모씨를 중국 스파이로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결심 공판은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이유로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됐다. 서울서부지법은 폭동 사태 이후부터 안전을 이유로 사건 관계자 외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되는 재판은 일부 제한적으로만 공개되거나 아예 참관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일본도 살인 사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유가족은 따로 직접 입장을 냈다. 유가족 측은 결심 공판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내가 죽어야 이 사건에 집중을 하고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까 너무 답답하다”며 “나는 아이들이 엄마마저 없는 삶에 서러워할까 죽지도 못하고 미칠 것 같다. 제발 우리 가족 좀 살려달라”고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처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 윤 대통령 등 내란 혐의 수사 등이 사회 대부분의 이슈를 잡아 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179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도 그렇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9시 5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며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전 대형 참사와 달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비교적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게 일부 유족들의 반응이다. 희생자의 친구라고 밝힌 이모(33)씨는 “과거의 대형 참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조용하게 지나갔고 합동 추모식도 큰 관심을 못 받았던 것 같다”며 “이렇게 친구가 희생 사건이 잊히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계엄 이후에도 참사 등 사회적 관심을 필요한 곳을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엄 이후 80% 가량의 뉴스가 계엄과 탄핵으로 점철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그러한 것들을 언론이 조명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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