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은 11일(현지시간) 오전 그가 숨을 거뒀던 스코틀랜드 동북부 왕실 여름 별장인 밸모럴성을 떠나 약 6시간의 행진을 거쳐 같은 날 오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에 있는 왕실 공식 거주지 중 하나인 홀리루드 궁전으로 운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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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은 이날 공식 알현실에 밤새 안치된다. 앤 공주와 앤드루 왕자와 에드워드 왕자 등 왕실 일가가 사적으로 여왕에게 조의를 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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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여왕은 다시 로열마일을 따라 인근에 있는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옮겨진다. 대성당에선 왕실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장례 예배가 열리고, 이후 고인은 시민들이 조의를 표할 수 있도록 24시간 동안 공개된다.
이어 고인은 13일 공군기를 타고 스코틀랜드에서 런던 버킹엄궁으로 옮겨진다. 관은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 가장 오래된 구역인 웨스트민스터 홀로 이동해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예배를 마친 후 장례식 전날까지 나흘 동안 대중에 공개된다. 이때 ‘왕자들의 철야’라고 불리는 전통에 따라 남성 왕실 일원들이 관 주변을 지키며, 이 기간 일반 대중들은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공휴일로 지정된 19일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여왕의 국장이 엄수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남편 필립공과 결혼한 곳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는 2000여명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이후 여왕은 윈저성으로 옮겨진다. 내부의 성조지 예배당에서 왕실 일가끼리 영결식을 진행하고 조지 6세 기념 예배당에서 영면에 든다. 지난해 4월 먼저 떠난 남편 필립공이 잠든 곳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모인 조지 6세 부부와 동생 마거릿 공주 등도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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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내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애도의 뜻으로 오는 22일까지 각종 발표 및 보도 자료 배포 등을 일시 중단한다. 해당 기간 의회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전했다. 당초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영란은행(BOE) 통화정책회의도 1주일 뒤인 22일로 연기됐다.
각종 스포츠 행사와 축제도 취소나 지연을 결정했다. 영국 BBC방송이 주최하는 영국 대표 음악축제인 ‘BBC 프롬스’ 공연 일부가 취소됐고, 8일 예정됐던 영국과 아일랜드 대중음악 시상식 ‘머큐리 상’도 연기됐다. 9일 우체국인 로열메일 파업과 15일, 17일 철도 노조 철도해운노조(RMT) 파업도 취소됐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은 애도 기간 정상 수업을 이어가나 교육부는 “학교 자체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에서 학생들의 결석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로 찰스 3세가 지난 10일 새 국왕으로 공식 선포됐으나, 대관식은 고인에 대한 애도 등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찰스 3세 대관식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선례에 따르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1952년 2월 부친인 조지 6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왕관을 이어받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16개월 뒤인 1953년 6월 거행됐다. FT는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보다 더 짧고 비용이 덜 드는 대관식을 원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