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바이오협회 사옥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승규 부회장은 매일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달라진 K-바이오의 위상을 느낀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린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제는 진단키트로 또 다른 ‘한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면서 그동안 잠재력을 갖고 있던 바이오 기업들이 드디어 완전하게 산업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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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은 순증폭이 배로 증가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한국바이오협회 가입사 숫자가 방증한다. 2020년 협회 가입사는 299곳에서 331곳으로 32곳 증가했지만 이듬해인 2021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62곳이 늘어나 393곳이 됐다. 10일 기준 가입사는 401곳으로 해가 바뀐 지 40여일만에 벌써 8곳이 추가로 가입했다. 특별회원까지 포함하면 바이오협회 회원사는 569곳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업계에서 네트워킹의 중요도가 높아졌고 최근 지원이 강화된 바이오협회의 해외진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회원사가 크게 늘었다”며 “바이오벤처 창업을 문의하려고 협회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숫자도 코로나19 이전보다 급증했다”고 전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이 커지면서 K-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성공사례도 늘어났다. 2019년 8조5165억원였던 연간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해 13조3000억원으로 2년만에 1.5배 증가했다. 10억6000만달러(약 1조2720억원) 규모 초대형 기술수출 승전보를 알린 에이비엘바이오(298380)를 포함해 올해도 연초 4곳의 기업이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는 기술수출 이후 기술반환없이 차근차근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하고 임상 성공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꿈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기술수출된 컴파운드가 살아남아 라이선스를 가져간 기업이 신약을 론칭하는 단계까지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요건이 해소돼야 한다. 이 부회장이 꼽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문제점은 △임상전문가가 부족하고△바이오벤처의 회수(EXIT) 구조가 기업공개(IPO) 하나로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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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내 바이오 산업에 임상전문가가 부족해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임상 진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기업들이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임상 관련 내용을 일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임상 성공률을 높이려면 바이오 기업이 내용을 정확히 알고 리뷰도 꼼꼼히해서 CRO를 통제해야 한다. 높은 연봉을 줘서 글로벌 임상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IPO에 치우친 바이오벤처의 회수 구조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한국은 바이오텍 회수방법의 90%가 IPO일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미국 나스닥은 IPO 비중이 10~15%에 불과한 대신 인수합병(M&A)이 80~8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텍 입장에서 지금으로써는 IPO가 유일한 자금조달 방법이고 한번 상장폐지되면 다시 상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니 시장퇴출 조건을 비켜가려고 상장 후 2~3년부터 바로 단기 매출 창출에 목을 매게 되는 악순환에 놓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바이오벤처의 회수구조가 다변화되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종목의 등락폭이 줄어들어 보다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자금확보 경로가 단순해 무리해서 IPO를 할 경우 상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최근 발생한 것처럼 부실상장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며 “M&A를 통해 학교에서 작은 벤처, 좀 더 큰 벤처, 국내·외 빅파마로 기술이 차례대로 넘어가면 굳이 IPO를 하지 않아도 자금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각자가 잘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부 정책으로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M&A를 활성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산업이 맞닥뜨린 한계는 기업들이 ‘못 해서’가 아니라 ‘경험부족’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발돋움한 K-바이오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적기이니 정부와 기업 모두 큰 그림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