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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동성커플로 최근 법원에서 동성간 혼인신고 불인정 결정을 받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한 말이다.
김조광수(51·영화감독)씨는 “이제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비성소수자들도 평등과 다양성을 함께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환(32·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씨는 “퀴어축제가 시작한 2000년에는 50명 정도 모였는데 이제는 수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많이 변화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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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참여인원은 주최측 추산 5만여명에 이른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젠 가족단위 참여자들도 꽤 눈에 띈다”며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참여하는 등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왜 (공공장소에) 나와서 축제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서야 그동안 자신을 감추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신을 내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축제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 행사부스에서는 인권단체와 정당, 기업 등 총 100여개 단체가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소수자 단체뿐만 아니라 구글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4개국 대사관에서도 참여했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총괄 상무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함께 지지한다”며 회사가 3년째 퀴어축제 부스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호주대사관 부스를 담당한 재미 휴비츠 씨는 “호주에서는 길거리나 TV에서도 자유롭게 동성애를 이야기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주제인 것 같다”며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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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에서 동성애 반대집회가 이어졌다. 기독교 단체 등 종교단체와 보수단체는 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광장 앞에서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동성애는 죄악이다”·“동성애는 인권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퀴어축제에 대한 맞불성격으로 예배와 기도회, 공연 등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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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퀴어축제 부스에 참여한 기독교 단체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관계자는 “기독교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지만 그 시대 소수자를 품은 기독교의 정신이 이 시대에는 성소수자를 품어 안아야 한다고 생각해 지지하고 있다”며 행사참여 이유를 밝혔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LGBT의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2가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 등을 행진한 뒤 오후 6시쯤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왔다.
퍼레이드 내내 퀴어축제 참가자들과 동성애 반대집회자 간의 대치도 계속됐다. 축제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즐기며 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종교단체와 보수단체들은 퍼레이드를 따라 인도쪽에 자리를 잡고선 “동성애는 죄다”·“동성애 OUT” 등을 외쳤다.
경찰은 행사 주최측과 반대측 간의 물리적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사 현장에 대규모 경력을 투입하고 서울광장 인근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했다. 양측간 충돌은 없었다.
이날 시작한 제 17회 퀴어문화축제는 전시회와 이벤트, 공연 등을 계속 이어가며 19일 퀴어영화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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