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사업재편에 정유·석화 기능 결합방안 논의 NCC 감축 넘어 원료 다변화로 공급망 경쟁력 ↑ LG화학 필두로 한화토탈·GS 결합 등 2호 기대 에탄·LPG 활용 가능성…"제도 개선·설비투자 병행"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 첫 사업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가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후속으로 나올 구조 개편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석화 3개 산업단지 중 마지막 남은 울산 산단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대산·여수 산단에서 각각 2호 사업 재편안이 먼저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후속 개편안에는 단순한 NCC(나프타분해시설) 감축을 넘어 정유사와 석화업체 간 결합으로 원료 다변화 등 공급망 경쟁력 강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 여수시 석화화학산업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석화 산단 업체들은 나프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원료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가적인 사업재편안에 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석화업계 구조개편은 국내 NCC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톤(t)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 석화사업 비중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대산 산단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110만t 규모의 NCC 감축안은 정부 승인에 이어 공정위에도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여수 산단에선 여천NCC·롯데케미칼·DL케미칼·한화솔루션 4개 기업이 NCC 139만t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출해 정부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현재까지 약 250만t의 NCC 생산능력 감축 계획이 확정됐다.
그동안은 NCC 설비 통합·폐쇄에 구조개편 초점이 맞춰졌다면 후속 사업 재편은 원료·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설비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으로 거론된다. 석화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인 원가 경쟁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프타 중심의 원료 구조에서 벗어나 에탄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 전경.(사진=SK지오센트릭 제공)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울산이다. 에쓰오일이 약 9조원을 투자해 최신 공법을 적용한 샤힌프로젝트를 통해 연산 18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기존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할지가 관건이다. 모회사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는 에쓰오일이 생산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울산 산단 내 지선 배관망을 통해 나머지 두 회사에 공급하는 업스트림-다운스트림 분업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각 업체들이 독자 생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각 사가 내부 계열사를 통해서 설비 감축 등이 가능해 조율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업재편 논의가 복잡한 울산보다는 대산 2호(LG화학-한화토탈에너지스), 여수 2호(LG화학-GS칼텍스)가 우선 구체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석화업계 대장격인 LG화학이 참여하고, 정유-석화 기능을 결합해 원료와 공급망 경쟁을 높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설비 통합 방식 및 지배구조 문제는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중심의 NCC 원료 구조에서 벗어나 에탄·LPG·콘덴세이트 등 다른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원료 가격과 공급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며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