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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방은 경증 치매 환자의 증상 개선과 정서 안정을 위해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는 서울 은평구 치매안심센터의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곳엔 치매 노인들이 직접 커피를 만들기도 하고, 손님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관대하다. 실제 이날 주문을 받던 노인은 당황한 듯 손을 더듬거리면서 단말기 주문 버튼을 찾았고 컵의 위치를 잊어 제자리를 맴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불편한 내색 없이 “실수해도 괜찮다”, “천천히 해도 된다”며 응원했고, 노인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4년 전 병원에서 치매 판정을 받은 오창옥(73)·김무웅(81) 부부는 지난해 7월 반갑다방이 문을 연 날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다.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김씨가 음료를 만들고 오씨는 과자와 접시를 준비했다. 부부는 주문이 접수된 지 3분 만에 손님에게 차를 건넸다.
부부의 손발이 처음부터 이렇게 척척 맞은 것은 아니었다. 치매 진단 후 오씨는 혼자서 집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오씨는 “한동안 말을 안 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며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어서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여기서 계속 연습하면서 새로 오는 사람들을 내가 가르쳐줄 수 있게 되니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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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자(75)씨도 사람들의 앞에 나서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김씨는 12년 전 현관문 비밀번호가 떠오르지 않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는 “그때쯤 남편이 죽은 충격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길을 계속 잃어서 병원에 가게 됐다”며 “수술해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니까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메모지에 적어서 계속 보고, 쉴 때는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종이접기를 연습했다”며 “한 송이, 한 송이가 치매환자라고 생각하면서 접었더니 벌써 1200개나 접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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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국내 치매 환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국내 60세 이상 노인은 1365만2453명이다. 이 중 추정 치매환자는 101만400명으로, 100명 중 7명은 치매를 앓는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증상이 깊어질수록 인지장애와 신체장애를 얻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치매 노인의 사회활동을 돕는 반갑다방을 열었다. 은평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치매환자의 잔존기능을 유지하려면 인지활동이 필수적”이라며 “사회활동은 운동의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뇌에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인지기능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에도 단계가 있는데 초기 치매일 때 이 기간을 늘리는 일이 관건이다”며 “사회활동은 치매 환자가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돕고, 사람들과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에는 아직 치매를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며 “치매 노인과 시민의 만남을 늘림으로써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