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의에 응한 의사 10명 8명이 자식이 공부 잘한다는 전제하에 의대를 보내거나 권유하겠다고 답했다. 먼 미래에도 의사는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일 것이라는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부교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최소한 자기 앞가림은 한다”면서 “지금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아이가(의대에) 가겠다고 하면 말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적 존경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몇 안 되는 직업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먼 미래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취학 아동을 둔 피부과 의원 봉직의는 “생각해보면 나 또한 집에서 무조건 공부하고 의사 되라고 해서 의사가 됐다”면서 “전문의 욕심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수련만 하고 빨리 개원가로 나와 일해보니 이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자식은 봉직의로 일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의대 입학은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사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이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한 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수입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어도, 환자가 워낙 많아 의사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진단검사 등 일부 진료과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의사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지 의사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는 보내지만 무조건 진료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사 면허 자체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 출신 보건직 공무원은 “의대는 꼭 의사를 하려고 가는 곳이 아닌 좀 더 기회의 폭을 넓히려 가는 곳”이라며 “의대 졸업 이후 의사를 안 해도 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하거나 다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요즘은 임상 의사보다 전문 상담직 등이 좀 더 전망이 좋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다수 응답자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살린다는 보람 자체가 크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보람을 자식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직 후 한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는 “지금에야 이렇게 병원에서 구명(救命)과 크게 관계 없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수련 기간 중 응급 환자를 살렸던 경험은 큰 충격이었다”면서 “그 보람 속에서 묵묵히 진료하고 수술하는 선생들이 아직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 아이에게도 그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머지 응답자 3명(내과 전문의,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한 “갈수만 있다면 의대에 보내겠다”고 짧게 답했다.
◇높은 교육열 편승 거부…‘한국, 불확실성 커’
반대로 질문에 응한 젊은 의사 2명은 ‘자식을 의대에 보내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정확히는 높은 교육열에 편승하지 않고 아이가 공부에 뜻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의견이었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학원 하나 안 보내고 놀고 싶은 만큼 놀라고 한다”면서 “어릴 때 많이 놀고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지 어릴 때부터 의대만을 바라보며 혹독한 교육 과정을 거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사가 안정적인 직업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헝가리에서 의대를 졸업해 영국 병원에서 근무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은 지나치게 경쟁적이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영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의대만을 바라보고 공부시키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대를 보내더라도 한국 의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