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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혼란 빚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투입 자기자금, 결국 0.5조

허지은 기자I 2024.10.07 09:38:10

차입금 포함해 자기자금 1.5조 투입한다 표현
논란 일자 뒤늦게 정정 공시로 수정
실제 투입 자기자금 5000억 전망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이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자기자금이 50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고려아연은 1조 5000억원의 자기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차입금 1조원이 포함된 점이 정정 공시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설명서(신고서) 정정 공시를 내고 “공개매수에 자기자금은 5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매수신고서 제출일 전날 기준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기자금은 76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4일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고 자사주 매입에 총 2조 6635억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1조 5000억원은 자체 보유 현금인 자기자금으로 투입하고, 나머지 1조 1635억원을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에서 긴급 조달한다고 밝혔다.

정정 공시에서 고려아연이 ‘자기자금’으로 기재했다가 ‘차입금’으로 바꾼 금액은 총 2조원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에서 빌린 1000억원과 하나은행에서 빌린 9000억원이 지난 4일 공시에선 자기자금으로 표기됐으나, 이날 정정공시에서 자기자금과 차입금으로 구분돼 정정됐다. 지난 2일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조달한 무보증 사모사채(회사채) 1조원도 공개매수설명서 내 차입금에 추가 기재됐다.

고려아연 측은 “해당 차입금은 미래에셋증권에 개설한 고려아연 명의 계좌, 하나은행 명의의 계좌에 기예치돼있다”며 “자기자금 5000억원 역시 미래에셋증권에 개설한 고려아연 명의 계좌에 기예치돼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미 확보해 법인 계좌에 예치된 자금이기에, 차입금이 아닌 자기자금으로 공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자기자금이라고 표현한 자금에 기업어음(CP)·단기사채(회사채) 발행분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에선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CP·회사채로 발행하면서 자기자금으로 공시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4일 대항 공개매수 계획을 밝힐 당시 ‘자기자금 1조 5000억원’을 활용한다는 표현이 나오면서 고려아연이 차입금이 아닌 보유 현금을 활용할 거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자사주 취득에 활용될 2조 6635억원 중 금융기관 단기 차입(1조 1000억원)과 사모사채 발행(1조원) 등 대부분이 차입금으로 조달됐다. 고려아연이 실제 투입하는 자기자금이 5000억원에 그치면서 최 회장이 ‘빚 내서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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