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빨간 선물 보따리를 든 채 거리를 거닐던 이모(22)씨는 어린이들을 발견하자 웃으며 외쳤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분을 내고 싶던 이씨는 코스프레를 하기로 마음먹고 홀로 거리를 나왔다. 선물 보따리에서 나온 젤리와 사탕을 본 어린아이들은 “저도 주세요”라며 성탄절을 즐겼고, 이씨는 “이벤트성으로 기획했는데 기분이 좋네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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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이태원참사 여파로 안전 관리 우려가 커진 가운데, 거리 곳곳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배치되면서 평소와 다른 모습도 나타났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홍대거리엔 ‘시민통행로’라고 적힌 안내 배너를 중심으로 폴리스라인이 세워져 시민들이 양방향 일방통행을 하며 거리를 거닐었다. 인파가 밀집한 도로에 차량이 진입할 땐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시민들 안전에 힘썼고, 노란 조끼를 입은 마포구 관계자들은 “안전거리 확보”, “질서유지는 ‘나’부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니며 안전관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나온 홍모(27)씨는 “크리스마스에 홍대거리를 처음 와봤는데 사람이 많긴 하다”며 “경찰도 나와 있고 그래서 안전 문제는 안심이 된다”고 했다. 친구와 저녁 모임을 나온 김모(22)씨는 경찰의 안전관리에 대해 “사실 오늘 말고 이태원 참사 때 했어야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성탄절이 있는 이번 주말 동안 서울 명동·강남역·홍대, 부산 광복로 등 전국 37개소에 50만여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인파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해당 기간 경찰관 656명과 8개 기동대를 배치한 경찰청은 “주최자가 없어도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의 관할 지자체에서 지역안전위원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관계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기동대와 장비를 적극 투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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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연말연시에도 다양한 새해맞이 행사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며 경찰과 지자체는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경찰은 새해를 맞이하는 주말 동안 전국 269개소에서 124만여 명이 참석해 해넘이·타종·해맞이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말연시에 열리는 각종 행사를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새해맞이 행사엔 지자체 등과 협의해 경찰력 배치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