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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이든 외국계든 어떤 프로젝트나 행사를 마친 후에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결과보고서를 만드는 데 공을 많이 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에 대해 행사 자체보다 그 결과를 자랑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글로벌 기업은 각 나라에서 만든 보고서가 전 세계로 공유돼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 또 먼 나라에서 진행한 일에 대해 다른 경로로 자세히 알기가 어려워서 행사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데 결과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니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많은 결과보고서를 만들고 부하직원들이 만든 것을 검토했다. 거의 매주 여러 나라와 다른 부서의 동료들이 보내 온 것을 받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보면 결과보고서에는 핵심요약(Executive Summary), 피드백(Feedback), 향후 개선 사항(Room for Improvement) 등이 꼭 들어가야 한다.
다들 바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만든 보고서의 모든 페이지를 꼼꼼하게 읽기는 어렵다. 또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다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균형 있게 보지 못하고 특정 페이지의 세부 항목에 집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핵심요약’을 보고서 가장 앞에 붙이는 것이다. 요즘에는 보고서 내용을 인공지능(AI)에 넣으면 아주 훌륭하게 요약본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는 좋은 성과만 넣을 필요는 없다. 고객의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향후 개선 사항도 간략하게 넣으면 보고서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행사는 참석자의 관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의 목소리를 담은 ‘피드백’은 꼭 들어가야 할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설문지를 만들어 정량적, 정성적 조사를 한다. 행사 전체뿐만 아니라 세부 프로그램별로 만족도를 조사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표준적인 질문 항목을 만들어 과거와 비교하거나 다른 나라의 비슷한 행사와 비교를 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설문을 하고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완료한 사람들에게 음료 쿠폰을 제공할 때도 있다. 만약 설문조사를 놓쳤으면 나중에라도 참석자들에게 연락해 간단한 소감이나 코멘트(anecdotal feedback)라도 받아 반영하면 좋다.
놓쳐서는 안되는 항목이 ‘향후 개선 사항’이다. 완벽했기 때문에 개선할 것이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여기에는 진행상의 실수 같은 것보다는 전략적이고 구조적인 내용이 적절하다. 시기, 장소, 초대 고객 선정, 프로그램 내용과 진행 방식 등에서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지적하고 향후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예산이 더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행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제안을 넣으면 넓은 시야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결과보고서 제작에 착수해야 한다. 다 끝나고 나서 결과를 가지고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행사 추진 전략이 행사 구석구석에 잘 담겼다는 것을 결과보고서에서 보여 주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보고서에 넣을지 미리 구상해 둬야 한다. 보고서 순서를 어떻게 할지, 어느 프로그램을 비중 있게 다룰지, 어떤 사진이 적합할지, 고객에게는 어떤 질문을 할지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그에 맞는 증빙자료를 쉽게 확보해 빠르게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동료가 만든 결과보고서를 받으면 간단하게라도 성의를 담아 답장을 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팀워크가 있는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이렇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다 보면 다른 나라 동료들과 가깝게 지내게 되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업무 성과를 향상시키고 경력개발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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