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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26일(현지시간) 자체 보도를 통해 논설 위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쓰고 이를 공개하려 했으나 신문사 소유주인 베이조스가 내부 정책을 변경해 해당 글이 게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선을 앞두고 사설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해 온 관행이 경영진 개입으로 36년 만에 처음으로 깨진 것이다. WP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
베이조스를 비롯한 경영진은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WP의 최고경영자(CEO)인 윌 루이스는 해당 기사에 반박하며 베이조스를 대신해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그(베이조스)는 초안을 받지도, 읽지도,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며 부정확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또 정책 변경의 이유를 설명하며 “이것이 (언론사로서의) 책임을 포기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WP의 노조는 “이번 결정은 경영진이 (신문) 편집과 관련해 사설을 담당한 구성원들의 일에 관여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충성 독자들의 구독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칼럼니스트 17명은 성명을 내고 “한 후보가 언론의 자유와 헌법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시기에 저지른 끔찍한 실수”라고 꼬집었다. 언론의 자유 및 독립성이 훼손시켰다는 지적이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로 잘 알려진 WP 출신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WP가 보도해온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끼친 위협에 대한 증거들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2019년 아마존은 미 정부로부터 100억달러 규모 방위 계약을 거부당한 적이 있는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베이조스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WP의 전 편집장인 마티 배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가 베이조스 사업을 지속 위협해 왔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추정하면서도 “민주주의를 희생양으로 삼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세계 1위 부호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이번 대선에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는 ‘아메리카 팩’(America Pac)에 7500만달러를 기부했다.